1급 뇌병변 장애도 이겨낸 ‘예쁜 결혼식’

연중기획- 위기에서 희망으로, 교회가 이웃이다

2013-03-04     이현주 기자

현남일 군과 김복순 양 닮복지재단 도움으로 ‘사랑의 결실’ 맺어

연휴의 시작을 알린 지난 3월 1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 위치한 효촌교회에서 웨딩마치가 울려 퍼졌다. 반주에 맞춰 들어오는 신랑과 신부는 자신의 몸을 전동휠체어에 의존하고 있었다. 두 대의 휠체어가 마치 손을 잡은 듯 같은 걸음을 내디뎠다.

“사랑해요? 잘 살 거예요?” 주례의 물음에 신랑과 신부는 큰 소리로 “네”라고 외쳤다. 그렇게 제 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1급 장애인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날 결혼식의 주인공은 현남일 군과 김복순 양이다. 사랑의 찐빵으로 잘 알려진 곽광희 목사가 닮복지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종합복지사역을 시작한지 1년 만에 자신이 돌보던 1급 장애인 청년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신랑 현남일 군은 닮복지재단 장애인 체험홈에서 생활하던 29살 청년이다.

남일 군과 복순 양은 경기도 포천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만났다. 서로 알고 지낸지 8년. 그렇게 사랑이 싹튼 두 사람은 결혼을 원했다. 이유는 “사랑” 단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곽 목사는 두 사람의 결혼을 선뜻 허락할 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으며, 스스로 걷는 것도 씻는 것도 용변을 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장애인들에게 결혼은 ‘자립’을 뜻한다. ‘과연 이 두 사람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곽 목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왜 결혼하고 싶으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사랑한대요. 둘이 너무 사랑한대요. 말릴 수가 없었죠.”

“타..랑..해..요”라고 힘겹게 말한 복순 양의 대답을 곽 목사는 잊을 수가 없었다.

‘사랑’은 장애인에게도 찾아온다. 몸이 불편하고 지능이 조금 낮다고 해서 그들에겐 사랑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곽 목사는 자신의 내면에 깔려있던 편견과 교만을 떨쳐냈다. 사랑을 이뤄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날부터 곽 목사는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손수 부케를 제작하며 결혼식을 준비했다. 그들에게 가장 간절한 것을 주는 것이 ‘사랑’이고 ‘나눔’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열린 결혼예배에는 곽 목사가 섬기는 효촌교회 성도들과 닮재단 체험홈, 현 군과 함께 살던 친구들, 그리고 신부 복순 양이 머물던 생수의집 가족이 함께 했다. 휠체어에 앉아 결혼식을 기다리던 복순 양의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다. 그 옆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신랑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다.

곽광희 목사는 “가장 귀한 사랑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 사랑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또한 이들과 함께 걸어갈 우리들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두 천사들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서로를 향해 “사랑합니다”를 외친 신랑신부는 하객들의 축하 속에서 부부가 됐다. 하객들은 두 사람을 향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며 앞길을 축복했다.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함께 마음 편히 데이트에 나설 수도 없는 1급 장애인 부부. 그러나 그 두 사람이 마음에 품은 사랑만큼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크고 아름다웠다. 사랑 앞에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만으로 힘겹다면 누군가 그들을 향해 도움을 손을 내밀면 그 뿐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선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힘겨운 앞날이 예상되는 순간에도 모두 눈물로 축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사랑과 선택이 가장 아름답고 용감했기 때문이다. 이날의 결혼식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으로 기억됐다. 모두들 ‘함께’ 살아줄 것을 약속한 언약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