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목회적 품성과 교회 필요를 알려줘라”

진단 // 목회자들이 바라본 신학교육의 전망과 목회 현장

2010-05-18     표성중 기자

■ 한국기독교학회 간담회, ‘신학자가 목회자에게 듣는다’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 신학교육 변화를 모색했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정장복 총장, 한일장신대)가 지난 13일 오전 7시 롯데월드호텔에서 ‘신학자가 목회자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목회자 초청 간담회를 개최, 목회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과거 신학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던 예비 목회자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일선 목회현장에 나가 교회를 부흥시킨 주역이 된 그들이 이제 정반대의 입장에서 신학자들을 향해 거침없는, 그러나 진심어린 마음으로 목회를 위한 신학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이날 신학자들은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목회자들의 말을 단순한 비판이 아닌 순수한 가르침과 격려라 생각하며 일일이 받아 적었다. “신학과 목회가 합해 선을 이루고,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합해 선한 일꾼을 양성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낸 이날 행사에는 김지철 목사(소망교회),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이윤재 목사(분당한신교회),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등 15명의 목회자와 한국기독교학회 산하 13개 학회 회장 및 임원 등 총 40여 명이 참석했다. <편집자 주>

신학교가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없어 … ‘이론과 실제’ 차이 극복해야
‘영적 사명’ 고취가 최우선, 규칙적인 경건생활 및 영성훈련 실시하라
신학자는 ‘목회적 감각’ 기르고, 목회자는 ‘신학적 소양’ 적극 쌓아야


먼저 나온 한 마디는 “오늘날의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사도 바울의 신학과 목회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전체 사회를 맡은 김지철 목사(소망교회)는 “초대 예루살렘교회와 안디옥교회가 격렬하게 논의하고 부딪친 원인은 올바른 신학을 세우기 위해서였다”고 입을 열었다.

김 목사는 “끊임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신학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가르쳤던 사도 바울의 후손이 바로 오늘의 신학자와 목회자다. 때문에 신학자와 목회자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하나님의 교회가 든든히 세워질 수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오늘의 만남이 한국 교회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 신학과 목회 간격 좁혀야 한다.
신학자들은 매우 높은 신학적 성숙함을 보인다. 하지만 주 활동무대가 학교이기 때문에 이론으로 치우칠 경향이 높다. 결국 경험 부족으로 현장 목회에 약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목회자들이 갖고 있는 신학자들에 대한 아쉬움이다. 목회자들도 마찬가지다. 교회가 신학을 지나치게 경시하는 상당한 우를 범하고 있다. 신학과 목회의 간격을 좁혀야 한국 교회가 산다. 교회는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서 신학자들이 깊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신학교 졸업생들을 교회에서 다시 훈련시키는 안타까운 일이 지속되고 있다. 신학자들이 목회현장에 직접 참여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이정익 목사, 신촌성결교회)

# 하나님을 ‘이론’에 가두지 말라
‘신학’은 살아있는데 ‘교회’는 무너지는 모습을 본다. 왜 그럴까? 하나님을 이성과 학문의 한계 속에다가 가둬놨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이론에 가두지 않는 신학이 되어야 한다. 신학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체험적으로 알 수 있는 곳에 머물러야 하고, 여기서부터 신학이 출발해야 한다. 더 이상 이성적으로 하나님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보혈이 있는 신학을 가르쳐라. 사람을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중심이 되는 신학으로 목회현장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교회와 신학교는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 신학을 잘해야 교회가 건강하게 된다. 한국 교회가 ‘한국교회’란 이름으로 하나가 된다면 세계 교회를 새롭게 할 수 있다. (한태수 목사, 은평성결교회)

# 신학교와 교회의 ‘산학협력’ 필요
2년 전 북유럽에 갔을 때 관심을 갖고 한 교회에 방문했다. 800여 명의 좌석에 단 50명이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찬양대 5명도 유급 사역자였다. 왠지 한국 교회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현재 기업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하고 있다. 대학이 기업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업이 발전하도록 한다. 학교와 산학을 이루지 못하는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연구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학교와 교회도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개 교회가 자체적으로 목회연구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학교와 교회가 산학협력이 안된다면 한국 교회 미래는 없다. (최이우 목사, 종교교회)

# 미래 목회 방법을 제시하라
신학교 시절 전통적인 교회를 갱신시키는 목회를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동안 교회에서 목회하며 현대의 흐름에 맞게 교회를 갱신시키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다. 바로 이런 부분까지 신학교가 가르쳐야 한다. 신학교는 미래 목회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의 목회뿐만 아니라 10년, 20년 후의 미래 목회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다 전문적인 신학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모든 신학생들이 졸업 전 교회 현장에서 모든 목회실습을 마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내외 교회를 탐방하는 프로그램도 확대시켜야 한다.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교회가 시대의 변화에 뒤쳐지지 않도록 변화된 시대에 필요한 목회 방법을 제시하라. (정재우 목사, 평택성결교회)

# 목회적 품성ㆍ신학적 소양 길러줘라
신학자와 목회자간 기대치가 너무 높다. 이론과 실천의 갈등이다. 신학교는 탁월한 지성을 가르춰주면 목회현장에서 곧바로 적용해주길 바란다. 반대로 교회는 신학교가 될 만한 목회, 적용 가능한 신학을 가르쳐주길 원한다. 신학교가 모든 신학을 다 가르치지 못한다. 진정한 신학의 완성은 목회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신학교가 신학적 소양과 함께 목회적 성품을 길러주고, 교회가 현장훈련을 시킬 때 신학의 연속이 이루어질 수 있다. 신학교는 모든 목회 매뉴얼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라. 목회자들도 신학교에 목회 매뉴얼만 고집하지 말라. 목회의 관점과 방향성만 제대로 알려주면 좋은 목회자가 나온다. 신학을 가르쳐서 목회현장에 보낸다는 교사적 사명이 아닌 예수님처럼 제자를 키우는 스승의 사명으로 영성훈련과 멘토링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윤재 목사, 분당한신교회)

# 목회자 연장교육의 장을 마련하라
ㆍ신학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목회자가 되었다. 신학과 목회는 협력해야 한다. 신학교 6~7년 마치고 목회 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신학적 기초를 온전히 쌓지 못한다. 목회자들이 계속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학점만 따고 졸업하면 변화하는 세상에서 목회하기 힘들다. 신학교는 기초교육을 가르치는 곳이다. 주변적인 응용보다 기초를 더 가르쳐 주길 바란다. 그리고 목회자들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연장교육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학위가 아닌 응용신학을 배울 수 있도록 해 달라. 신학자들은 안식년 때 학문 연구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목회현장에 참여해 메마른 신학이 아닌 목회에 필요한 신학을 가르칠수 있도록 하라. (박종화 목사, 경동교회)
ㆍ교단 목회자들을 양성하는 대학원 과정에서 교단 정서에 맞는 목회자를 반드시 길러내야 한다. 졸업 후 목회에만 전념하지 않도록 목회자 연장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10년, 20년 목회해 온 목회자들을 위한 연장교육, 평생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목회하면서 절실하게 느낀다. (고명진 목사, 수원중앙침례교회)

# ‘교회 필요’가 무엇인지 고민하라
ㆍ신학교에서 제일 먼저 배운 단어가 텍스트(Text)와 컨텍스트(Context)다. 이론과 실제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그러나 교회에서 특별한 기간 동안 신학자들을 초청해 집회를 부탁할 때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불안할 때가 많다. 문제를 일으킬만한 발언을 하기 때문이다. 바로 신학자들이 컨텍스트, 목회 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신학자들이 교회에 대해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교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파악했으면 한다. 신학자들도 바른 목회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목회자들만큼 영성 훈련도 해야 한다. 교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교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분석하라. (이기우 목사, 감람교회)
ㆍ신학교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오늘날의 신학교육이 신학생을 목회현장에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로 키운다는 자세로 교육하고 있는지 생각하라. 지금의 교육 커리큘럼이 정말로 교회가 원하고, 지금 시대에 필요한 사람을 배출하게 만들고 있는가? 목회현장을 배려하는 신학교육을 진행하라. (권오서 감독, 춘천중앙교회)
ㆍ현재 교회에서 다양한 목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학적인 문제가 있는 것들도 많다. 신학교에서 이러한 목회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추천해달라. 과연 교회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검토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줘서 목회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일래 목사, 수정성결교회)

# 신학교는 ‘영적훈련의 장’
ㆍ신학생이 바른 목회자로 세워졌을 때 그 영향력은 크다. 예비 목회자가 좋은 자질과 좋은 성품을 얻으려면 영적 민감함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칙적인 경건훈련, 영적훈련을 강조해야 한다. 습관이 되고 반복이 되어야 목회현장에서 능력이 나타난다. (곽주환 목사, 베다니교회)
ㆍ현재 부사역자들을 뽑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주변에서 무조건 착한 사역자를 뽑으라고 한다. 왜냐하면 부사역자들과 교회 공동체성을 이루기 쉽지 않고, 비전공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역량은 정말 뛰어나다. 하지만 목회현장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공동체성이 너무 약하다. 공동체성은 사역의 방향성, 교회 비전을 공유하게 만든다. 영적훈련으로 신학생들이 공동체성을 갖도록 하라. 신학교에서 개인 역량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동역자로 만들어 달라. (김형준 목사, 동안교회)

# 목회자에게 ‘신학적 충격’을 줘라
한국 교회 위기는 신학자가 아닌 목회자가 자초한 것이 80% 이상이다. 목회자가 신학자들보다 현실에 안주할 확률이 더 높다. 교인들이 항상 떠받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목회자들이 변화의 기회를 갖지 않으려고 한다. 때문에 신학자는 목회자들에게 신학적 충격을 줘야 한다. 목회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신학자가 되어야 한다. 신학은 항상 교회를 먼저 이끌어줘야 한다. 신학이 없는 교회는 의미가 없다. 바울처럼 철저하게 현장에서 아파하고, 교회를 사랑한다면 목회자들에게 어떤 신학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신학과 목회의 관계는 ‘다름’이 아닌 ‘긴장’이다. 긴장 관계가 깨지면 성숙과 성장의 길이 막힌다. (김지철 목사, 소망교회)

이 외에도 이요섭 목사(세종대 교목실장), 조재국 목사(세브란스병원 원목실장)도 세속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학교육, 대학교에 침투하는 이단들을 향한 구체적 대응책 마련 등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한국기독교학회 19대 회장 정장복 총장을 비롯해 위형윤 교수(총무), 최형근 교수(부총무), 노영상 교수(회계), 유연희 교수(서기), 차정식 교수(편집위원) 등 임원들과 18대 회장이었던 최종진 교수, 18대 총무였던 한동구 오성현 교수도 참여했다.

특히 왕대일 교수(한국구약학회장), 성종현 교수(한국신약학회장), 이후정 교수(한국교회사학회장), 서창원 교수(한국조직신학회장), 김윤규 교수(한국실천신학회장), 김도일 교수(한국기독교육학회장), 박경미 교수(한국여성신학회장), 박영환 교수(한국선교신학회장), 이명신 교수(한국교회음악학회장), 이준우 교수(한국교회사회사업학회장), 박신배 교수(한국문화신학회 총무), 이희철 교수(한국목회상담학회 총무), 홍순원 교수(한국기독교윤리학회장), 김충렬 교수(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등도 동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