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WCC 대책모임 결성 속내는?
2013년 아직 시간 많이 남았다 판단, 신학연구부터 시작
새해부터 보수 신앙 사수에 나선 예장 합동이 지난 25일 보수 교단들을 불러 모아 WCC 대책 준비모임을 결성했다. 지난 9월 총회 이후 합동 교단 안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WCC 대책 활동. 합동 WCC 대책위원회 조직에 이어 타 보수교단에서도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2011년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태세다.
합동은 이 간담회를 앞두고 보수 성향의 교단 대다수에 콜을 보냈다. 한기총 총무단 산하 WCC연구위원회 임원 교단인 합동, 고신, 합신, 고려측 4개 교단이 주축이 됐다. 이날 구성된 준비위원회 역시 이 4개 교단을 중심으로 인물 배치를 마무리지었다. 오는 9월 총회까지 한시적인 조직이지만 교단이 WCC 대책위원회 구성과 연합을 공식적으로 결의하도록 만든다는 분명한 목적을 부여했다.
# WCC 대책활동 어떤 방향으로 가나
WCC 총회 개최까지는 아직 3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총회 유치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 이외에 WCC 회원 교단들도 이제 막 준비위 사전 조직인 연구위원회를 구성한 정도다. 총회 개최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보수 교단들 역시 아직 시간을 벌어 놓고 있다.
준비위원회도 교단 증경총회장과 현직 임원들을 설득해 체계적인 대책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고 이 시점을 오는 9월로 보고 있다. 교단 총회의 결의가 없이 활동할 경우 공신력과 책임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날 결의문 역시 한국 교회 보수 교단들이 힘을 합해 한국 교회의 정체성을 사수하고 보호한다는 내용을 먼저 담고 있다.
# WCC 왜 극렬 반대하나
합동을 위시한 보수 교단들이 WCC에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한국 교회 분열사와도 맥을 같이한다. 한국전쟁 등 이념의 상처를 안고 있는 보수교단은 전후 사회적으로 팽배했던 이념갈등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대외적으로는 WCC가 주는 위험성을 차단하고 한국 교회의 건강성을 지키자는 목적이 분명하지만 교단 내적으로도 WCC 문제는 하나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 교회 최대 보수 교단이라는 정통성을 확인시킴과 동시에 교단 보수권력을 사수하기 위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 에큐메니칼권의 대응
보수 교단의 연합을 지켜본 에큐메니칼권은 일단 담담한 반응이다. 합동과 고신 등 보수 교단은 항상 에큐메니칼운동의 반대 선상에 있었고 이번에 준비위원회에 참여한 교단들의 총회 공식 결의를 얻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에큐권 인사는 “보수 교단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WCC에 대한 오해들은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며 “WCC는 결코 다원주의가 아니며 종교 혼합주의로 볼 수 없는 순전한 기독 교회의 협의체”라고 강조했다.
아직 서로를 탐색중인 보수권과 에큐권의 WCC 논쟁은 가을 총회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기 힘든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올 한 해 각 단체 안에서 또 교단 간 연합사업 속에서 보이지 않는 충돌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