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대담] 세상 잣대 경계하고 ‘예수 중심’으로 방향 설정하자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칼빈대 총장>

2009-12-16     이현주
2009년 성탄절, 올해도 어김 없이 우리 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평화와 사랑을 가르쳐 주고 계신다. 지난해 연말 미국발로 시작된 경제위기 속에서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찾아 보듬는 일에 나섰고 세상의 손가락질로부터 조금 멀리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지표가 되었던 교계 큰 어른들을 유난히 많이 떠나 보낼 수밖에 없었던 슬픔의 해이기도 했다. 큰 어른들이 못다 이룬 사명을 이어 남은 인생을 한국 교회를 위해 헌신코자 다짐한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 성탄을 앞두고 만난 그는 “가난한 사람을 돌보고 그들의 고통을 나누고 함께 웃고 울기 위해 임마누엘이 오셨다”며 “세상과 함께 가는 교회,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성도들이 되기 위해 늘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목사는 “모든 기준을 예수 그리스도 중심으로 정하고 말씀과 기도의 본질로 돌아갈 때 한국교회는 다시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망을 찾는 2009년 성탄이 되길 기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예장 합동 총회장을 역임했으며 최근 세계개혁주의보수교단협의회 설립을 주도하는 등 보수권에서 가장 막강한 리더로 활동하는 길자연 목사를 통해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물어 보았다.                     <편집자 주>


하나님은 언제나 불완전함을 통해 완전한 일을 하시는 분

믿는 사람들이 바르게 살도록 가르쳐야 교회의 신뢰 회복

한기총, ‘쇄락과 도약’의 분기점… 복음의 본질로 섬겨야


▶ 다사다난 했던 2009년이 저물어 갑니다. 지난해에는 유독 우리 곁을 떠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상실감이 컸던 한해인 것 같습니다. 목사님께서는 2009년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한국 교회를 위해 헌신했던 큰 어른들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뒤에 남은 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성경의 원리대로 한 세대가 가면 또 다시 한 세대가 오지요. 이제 남은 사람들이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한국교회가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올해는 좀 너그러워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교회가 사회에 대해 조심하면서 봉사한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한국 교회의 침체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듣습니다만 저는 침체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한 일을 하시는 분입니다. 어려운 시대마다, 위기의 때마다 하나님은 좋은 목회자들을 세우셨습니다. 무너져가는 시대의 양심과 도덕성을 일깨우는 시대의 목소리는 언제나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들을 통해 나왔지요. 오늘이 바로 그런 영적 지도자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 두사람이 아닌 모든 목회자와 성도들이 영적 지도자의 사명을 안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세워야 할 때입니다. 세상의 잣대로 교회를 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보아야 하고 성경적 도덕성과 윤리의 회복을 꾸준히 모색해야 합니다.


▶ 그래도 세상은 유독 기독교에만은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 같습니다. 교회가 사회적으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 아무래도 교회는 세상 속에 세워진 종교이기 때문이겠지요. 불교는 산속의 종교이고 사실 철학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천주교 역시 상당히 신비감에 사로잡힌 종교 중 하나지요. 하지만 우리 기독교는 세상과 함께 하는 종교이다보니 편견과 왜곡된 시각으로 오해를 받곤 합니다.

물론 사회가 요구하는 함량에 미달된 봉사를 해왔다면 반성할 부분이지요. 우리 교회는 전체 예산의 30% 정도가 대외 사역에 사용됩니다. 선교와 구제, 교회개척과 지원에 쓰이지요. 우리는 이 일을 늘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제 교회가 섬기는 일, 교회의 봉사활동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적 불신을 예방하고 해소하기 위해서 말이죠.

또 교회는 사회가 관심을 갖는 문제에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의 겨울나기를 돌보고,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품는 것이 교회의 일이죠. 이런 일들만 연합해서 집중적으로 전개한다면 한국교회의 신뢰회복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바른 삶을 교육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겠습니다. 예수님 믿고 천당가는 것만 가르치고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 못한 겁니다. 밖에서 죄를 짓고도 교회에 들어와서 깊은 신앙으로 기도합니다. 교회 밖에서 이런 모습을 볼 때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세상은 신자의 세상과 불신자의 세상으로 이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믿는 사람들의 삶은 모두 노출되어 있지요. 당연히 믿는 사람들의 삶은 달라야 합니다. 바르게 사는 삶, 성경적인 삶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이 신뢰회복을 위해 교회가 할입니다.

▶ 내년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 되는 해입니다. 남북관계가 상당히 굳어 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북한선교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압니다. 아직 분단 상태에 있는 우리가 통일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일까요.


- 10살 때 평안남도 신안주에서 걸어서 피난을 내려왔어요. 그 때 북한은 참 잘 살았는데, 공산주의자들이 정권을 잡고 나서는 살기가 어려웠어요. 신앙을 핍박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났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피난도 내려왔지요.

지금 북한에는 13~15만 명의 참 신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모두 지하교회 교인입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신앙의 박해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서도 통일은 필요합니다. 또 지정학적으로도 이제 통일이 거의 이르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저는 지금의 상황을 “뜸을 들이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교회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북한동포를 도울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 보아야 합니다. 정부와 연계하고 적십자사와 연계해서 제3의 방법으로 북한을 돕는 일을 지속해야 합니다.


▶ 목사님은 보수교단의 어른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 연합운동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을 감당하셨습니다. 지금 교계가 WCC총회 유치의 건으로 시끄럽습니다. 목사님은 어떤 입장이신지요.


- 남의 잘못을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한국 교회가 연합운동을 함께 해온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왜 보수교단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를 유치했는가’를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십수년동안 교회의 연합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한기총과 교회협이 연합했고, 사업을 통해 만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WCC총회 유치로 인해 기름 위에 불을 붙인 꼴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WCC는 우리에게 있어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어떤 것이 가장 최선인가를 고려했어야 합니다. 물론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이득이고 명예겠지요. 그렇지만 한국교회 연합적 측면에서 볼 때는 손해입니다. 우리 교단 같은 경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신학적 차이를 느낍니다. 이것을 뛰어 넘어 우리보고 협조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뜨거운 물을 식히지 않고 삼키라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남의 잔치를 깨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우리 보수교단은 이번 일을 통해 개혁주의 신앙을 돌아보고 신학 사상을 견고히 하는 기회로 삼을 것입니다.


▶ 한기총 선거전이 뜨겁습니다. 한기총의 역할과 과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 한기총이 교계 대표적인 연합기관으로 자리잡은 것은 지난 2003년이죠. 국가의 안정을 위해 기도로 모였고 당시 사회적으로 한기총이 부각이 됐습니다. 국가에 이바지 하는 단체로 위상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기총의 모습을 보면 쇄락이냐 도약이냐의 분기점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한기총이 자신의 책임과 사명을 잘 찾아내 도약의 길에 올라서야 합니다.

한기총은 정부의 꼭두각시도 아니고 한기총 대표회장이 명예를 얻는 자리도 아닙니다. 한국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고 섬기는 단체여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그늘을 찾아가는 한기총,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 혼란이 있을 때 필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길잡이가 되어주는 한기총이 되어야 합니다. 복음의 본질을 지키고 빛과 소금이 되는 교회를 이끄는 일을 한기총이 감당해야 합니다.


▶ 성탄이 다가옵니다. 성탄을 맞아 우리가 새겨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또 새해를 앞둔 한국 교회 성도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 성탄은 하나님이 우리를 찾아오신 사건이지요. 예수님이 오신 것은 고통받는 이들, 죄 속에서 허덕이는 이들, 가난에 지친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성탄에는 이웃과 함께 하는 교회들이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우리 교회는 새해에 ‘세상과 함께 하는 교회’라는 주제를 세웠습니다. 성경에 더 근접한 목회를 할 계획입니다.

목회자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방향을 예수 중심으로 설정하고 다시 일어서면 부흥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소원은 교회부흥입니다. 말씀과 기도에 충실한 목회자는 소망을 잃지 않습니다. 교회가 건강하고 바로 서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성도들 역시 기도로 안 되는 것이 없음을 믿고 무릎 꿇는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