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나

2002-02-17     
봄이 온듯 날씨는 포근한데 사회는 얼어 붙었고 국민들의 가슴에도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축’ 발언 이후 한·미간 대북공조가 냉각된데다 연일 ‘게이트’ 연루자들의 행각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올해 첫 국회의 대정부 질문이 상식이하의 막말과 멱살잡이 그리고 파행으로 얼룩져 새해도 두달이 다 되어가건만 희망은 커녕 불길한 조짐과 기분나쁜 소식들만 매스컴을 뒤덮는 요즘이다.

수도권 4개 신도시에서 빚어지고 있는 ‘고교평준화 파동’은 공교육 붕괴현상을 누가 초래했는지, 무능무책임한 공무원들이 교육을 얼마나 골병들게 만들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중병에 걸려 있는가를 실감케 된다. 연일 터져 나오는 폭력, 살인, 도박, 패륜, 방종뉴스들은 우리사회가 이대로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것이라는 위기감을 더해준다.
세상이 이렇게 파행으로 돌아가는데도 교회는 회개와 책임통감, 그리고 시대상황에 대한 신앙고백과 결단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 사회에서 종교인구가 1/4이 되면 그 사회의 가치관이나 도덕성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세로 보아 한국교회는 사회의 도덕적 규범을 바로 세울만큼 영향력이 있어야 하고 또 그렇게 해야 할 책임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 없다. “교회가 사회의 부패를 막지 못하면 부패한 사회가 교회를 부패케 한다”는 ‘무디’의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할 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명상하고 십자가의 뜻을 생각하는 사순절 기간에 한국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어떤 신앙고백과 결단을 해야할 것인가 깊이 생각하는 기간으로 보냈으면 한다. 오늘날 같이 혼탁한 ‘위기상황’에서 교회가 깊은 잠에서 깨어 2천년전에 있었던 ‘그리스도 사건’을 재연하는 마음으로 회개와 결단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도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것이다. 사순절 기간의 예배와 일상생활에서 그리스도의 구속적 사건 즉,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재연하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통해 교회와 크리스천 본연의 모습이 회복되길 바란다.

그러하기에 사순절 기간의 예배는 하나의 거룩한 드라마로 드려져도 좋을듯 싶다. 드라마의 주제는 언제나 ‘그리스도 사건’이요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다. 예배자는 모두 이 거룩한 드라마의 한 배역을 맡아, 찬송이나 기도나 설교를 통해 각자의 맡은 역할과 연기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집단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는 심정으로 진지하게 예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옛날에 있었던 그리스도 사건을 동시대화 함으로써 우리 크리스천들이 그리스도의 분신이 되고 그의 뒤를 따르는 ‘작은 그리스도인’들이 되어 이 사회를 살리는 한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이 시대와 사회의 한 복판으로 용기있게 나아가야 한다. 더이상 머뭇거려선 안된다. 교세만 자랑하고 있을때가 아니다. 월드컵경기와 대통령선거 등 국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사를 앞두고 갖는 사순절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되새기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