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독교문화 진단(1)-연극

2001-08-19     
일반관객 매료하는 강력한 선교도구로 ‘우뚝’
문화의 세기로도 불리는 21세기. 수많은 정보와 변화의 물결이 가득한 시대에 기독교문화가 세상을 향해 던질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이 있을까. 본지는 21세기를 맞는 기독교문화를 진단하고 그 발전가능성을 분야별로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기독 문화계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연극을 꼽을 수 있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기독교 연극은 성극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기독교 연극은 대학로 무대에 당당히 나서며 일반 관객들에게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기독교 연극의 활성화와 질적 향상을 위해 문화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된 문화기획 나들목은 99년 ‘오 마이 갓스’라는 뮤지컬을 대학로 소극장에서 선보였다.

기독교 극단인 말죽거리가 이미 선보인 바 있는 ‘뭐가 크게 오해하셨군요’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이 공연은 장기간 대학로를 매료시켰다. 공연은 점차 발전하면서 이듬해 ‘갓스’라는 이름의 뮤지컬로 재공연되고 올해 ‘더 플레이’라는 뮤지컬로 예술의 전당 공연을 갖기도 했다. 기독교 연극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은 극단 말죽거리도 그동안 많은 창작극을 선보인 저력을 바탕으로 10주년 기념공연 ‘하얀 자화상’을 이달 학전 블루 소극장에 올렸다.
대학로 소극장 중에서도 알짜 공연만 선보이는 학전을 무대로 잡은 것도 이 극단엔 큰 성과로 보여진다. 그러나 더욱 의미가 깊은 것은 민족극과 정통연극의 현대화에 기여해 온 일반 극단 ‘민예’와 공동작업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최근 5년 동안 기독교 연극이 대학로 무대를 장악하게 된 것은 기독교 연극인들의 공격적 자세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극단 증언이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대학로 무대에 ‘빈방 있습니까’를 올렸고 이 극은 고정 관객을 확보하며 10년 이상 롱런하고 있다. 이에 힘입은 극단들은 창작극으로 대학로에 정면승부를 걸었으며 이것은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성공의 또 한가지 비결은 성경 내용을 중심으로한 성극에서 탈피했다는 점이다.

극단들은 예수님을 드러내고 전하는 극의 패턴을 지양하고 청소년, 여성, 자살 등 사회의 병든 모습을 비판적으로 묘사했다. 또 정통극의 형식보다 뮤지컬 등 젊은 관객들의 구미에 맞는 장르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연극계 종사자들은 교회를 향해 아쉬운 점을 토로한다.
문화기획 나들목의 김관영 목사는 “젊은이들이 무대를 찾고 연극에 몰입하게 된 것은 교회에서 처음 만난 성극의 영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극인들은 자칫 가난한 현실 앞에서 교회를 등지고 성공을 지향하곤 한다고 지적하고 “기독교 연극인들이 일반 무대를 선교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회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연극인들의 이러한 불만 앞에 교회도 할 말이 많다. 기독교 연극의 대중화를 표방하며 젊은이들이 대학로 무대를 찾고 기독교 연극이 성공을 거두는 것도 좋지만 문화에 갈급해 있는 교인들은 소질있는 연극인들이 교회의 극문화를 살려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대학로라는 거대한 세속 문화에 도전장을 내민 기독교 연극. 기독교 문화 사역자들은 “21세기 일반인들에게 기독교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역시 연극”이라며 연극 분야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현주기자(Lhj@uc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