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지역공부방연합캠프 - “정에 굶주린 아이들 사랑으로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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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지역공부방연합캠프 - “정에 굶주린 아이들 사랑으로 돌본다”
  • 승인 2001.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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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은 ‘즐거운’여름방학이 되면 더욱 쓸쓸해진다. 학기 중에 학교 급식으로 해결하던 한끼 식사도 방학이면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부모 중 한 분은 가출해 집에 없고 다른 한 분은 생활고에 바빠 아무런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하루 종일 방치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기실직에 놓인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경제적 빈곤에 지친 부모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받고 있는 심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갈 곳 없는 어린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공부방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공부방에서 차려주는 밥상을 점심과 저녁 두 번이나 대할 수 있으며 가난하다고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친구도 없고 늘 자기를 기꺼이 받아주기 때문이다.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실무자들은 받아주는 곳이 없어 밤이 늦도록 공부방에 남아 있는 아이들에게 방학을 이용해 공동체 학습과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스러기선교회(원장:강명순목사) 최경옥간사는 “빈민지역 어린이들이 기본적인 식사문제뿐만 아니라 정서불안, 집단 따돌림, 욕설, 도벽 등의 문제를 같이 안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고 전하며 “공부방끼리의 연합캠프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낮은 자존감을 회복시켜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스러기선교회는 방학 때마다 공부방으로 운영하고 있는 '신나는 집' 아이들에게 연합캠프를 열어준다. 캠프에서 아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것을 배우게 된다. 사물놀이 등 과외비를 따로 지불해야 받을 수 있던 여러 특별활동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는다. “똑같이 가난하지만 저 형처럼 공부 잘 해야지”, “다른 공부방 누나처럼 밝게 지낼거야” 하는 ‘Big Sister·Big brother’모델을 품을 수도 있다. 연합캠프를 통해 빈민지역 어린이들은 하루하루 아무 생각 없이 살던 자신을 돌아보고 캠프 뒤의 생활 계획표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최경옥간사는 “아이들이 커서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한다. 실제로 적극적으로 변화된 딸의 모습에 감동을 받고 부모가 일자리를 찾아나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희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앞으로는 동생들을 보살피고 뒷바라지하겠다는 큰형의 눈물어린 결심, 대학 들어가서 꼭 성공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이 보이기도 했다.

빈민지역 어린이들에게 작은 꿈을 심어주는 작업은 자원이 풍부한 교회들의 후원이 있을 때 가능하다. 공부방 실무자들은 재정 후원뿐만 아니라 여전도회나 청년부 회원들의 자원봉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헌금해 주고 쌀 한 가마 보내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몸소 찾아와 적은 시간이라도 아이들과 같이 보내주기를 바라고 있다. 빈민지역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이요 사랑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목욕탕 같이 가주고 소풍 친구 해줄 사람 없나요. 아니 캠프 기간만이라도..”

공부방 실무자들은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구자천기자(jcko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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