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소망 이뤄주는 ‘소원 천사’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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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소망 이뤄주는 ‘소원 천사’ 되고 싶어요”
  • 현승미
  • 승인 2005.06.28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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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면역결핍증 앓고 있는 ‘유리공주 원경이’



3년 전 KBS 병원24시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에 ‘유리 같은 아이’라는 제목으로 조심스레, 그러나 간절함이 담긴 글이 하나 올려졌다.


“딸아이가 선천성면역결핍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희귀병이라 의사조차도 치료방법을 모른다고 합니다. 병원24시는 희귀병에 걸린 사람들도 많이 출연한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같은 병을 가진 사람을 치료한 적이 있는지요.”


아이의 잔기침 소리에도 밤잠을 설치는 것이 부모 마음일진데 하물며 의사들이 치료방법조차 제대로 모르는 희귀병이라니.


‘병원24시’ 관계자의 대답 역시 처음 듣는 병명이라는 것. 대신 방송사측은 아이를 방송에 출연시키자는 제의를 했다. 혹시 방송을 보고 같은 병을 가졌거나 치료 방법을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연락을 해오지 않겠냐는 희망에서였다.

그렇게 신원경(6세)이라는 작고 예쁜, 천사 같은 아이가 세상에 알려졌다.


원경이의 정확한 병명은 하이퍼아이지엠 증후군(Hyper IgM Syndrome, 선천성면역결핍증). 사람의 몸이 아팠다가 나을 수 있는 건 우리 몸속에 가득 찬 피 속에 밖에서 들어오는 나쁜 병균에 대해 싸워 이겨낼 수 있는 세포(항체)들이 있어서인데, 이 항체는 한가지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아이지에이(IgA), 아이지디(IgD), 아이지이(IgE), 아이지지(IgG), 아이지엠(IgM) 등이 골고루 합쳐져야만 그 힘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원경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 중 ‘아이지엠(IgM)’이 다른 나머지 것들보다 너무 많아 병을 이겨내는 항체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감기나 몸에 작은 상처에도 위험할 수 있다.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아이가 4살 때 처음 알게 됐어요. 아기 때부터 감기를 늘 달고 살긴 했는데, 그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닥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피아니스트의 큰 꿈을 품고 있던 대학 시절 친구의 권유로 잃었던 신앙을 다시 되찾게 된 원경이의 엄마 문희정(강남중앙침례교회, 피영민목사)씨는 교회에서의 인연으로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하게 됐다. 엄마의 예술적 끼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원경이는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TV CF를 따라하며 연예인을 꿈꿔왔고, 4살이 됐을 때 본격적으로 연기스쿨에 다니게 됐다. 덕분에 희정씨도 피아니스트의 길을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다.


각자의 비전을 품고 희망에 부풀어있던 원경이네 가족은 갑작스런 진단에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희정씨의 피아니스트 꿈도, 연예인이 되겠다던 원경이의 꿈도.


하이퍼아이지엠 증후군 환자가 세계적으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그야말로 희귀 난치병이니 국내에서 같은 증세를 가진 이를 만나기는커녕 치료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의사조차도 명확한 처방전 하나 못 써주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딸아이를 위해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뿐이었어요.”


최대한 주변을 깨끗하게 하고, 아이가 다치거나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세상과 격리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모녀.


다행히 방송을 보고 서울대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하이퍼아이지엠 증후군에 대한 치료 방법은 아니었지만, ‘면역’을 전공한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처방해준 항생제를 통해 얼마간은 면역체가 생성된 채로 살 수 있어 드디어 감옥 아닌 감옥 생활에서 해방되었다. 연기수업을 받으면서 알게 됐던 친구들도 종종 만날 수 있게 됐다. 좋아하는 강아지도 가까이서 만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희귀병이니 의료보험이 될 리가 만무했다. 1년여 동안 희정씨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원경이는 드디어 5가지 종류의 병에만 적용된다는 의료보험 1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세상에 대한 원경이네의 상처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거나 고통을 호소하면 어찌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병원으로 뛰어갔습니다. 응급실 당직의사들과 싸운 적도 많았지요.”

누구보다 아이의 상태를 잘 아는 희정씨가 당직의사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지만, 그 병에 대해 알리 만무한 그들은 자신들이 배운대로 이것저것 검사를 실시하곤 했다. 보이지 않는 혈관을 찾아 아이의 살을 이리저리 찔러대는 모습을 보며 희정씨는 스스로 아이를 보호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저도 반의사가 다 됐답니다. 병원의 체열기구와 똑같은 걸 사놓고, 저 스스로 기준을 정해놓고 8도나 8.5도 이상이면 해열제를 먹인다거나 어느 기준이상이 되면 담당의사에게 곧바로 연락하죠. 그나마 방송을 통해 인연을 맺은 의사선생님이 이제는 주말에라도 원경이가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곧바로 달려와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모두가 알고 있는 아픔이 아니라 원경이의 몸 내부에서 진행되는 작은 움직임과 고통을 찾아내야 하기에 늘 새로운 상황을 걱정해야하지만, 그 때문에 참고 인내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는 희정씨.


원경이를 보내주신 것과 그로 인해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늘 감사함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역시 더 이상 원경이가 아프지 않는 것, 아니 원경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금처럼 만이라도 활동하는 것.


4주 동안 6병 맞던 항생제를 이제는 면역력이 점점 떨어져 2주 동안 6병을 투여해야 한다. 그나마 도움이 되던 의료보험도 장기간의 혜택으로 인해 7월부터는 어려울 것이라는 병원 측의 통보를 받은 상태.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나면 탈장이 점점 심해져 원경이의 고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건조한 날보다 요즘 같이 습기가 많은 장마철에 더 힘들어한다.

“진단을 받은 후 7-8월 달엔 꼭 한 번씩 입원을 했던 것 같아요. 지난번 호주에 촬영 갔을 때는 오히려 너무나 잘 먹고 편하게 지내다 왔어요.”


호주의 기후가 원경이에게 잘 맞았나보다. 이제 내년이면 8살이 되는 원경이에게 한 반에 10명 안팎의 어린이를 모아놓고 수업하는 호주의 어린이 전문센터 교육방식도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원경이 엄마 희정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에 원경이와 같은 병을 가진 남자 아이가 한 명 더 있는데, 여자 아이로는 우리 원경이가 처음이래요. 정말 전문가들이 나서서 우리 원경이 뿐만 아니라 혹여 발생할지 모르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치유방법을 찾아내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첫 방송이 나간 후 3년이 지난 지금 원경이는 이제 명실공히 유명 인사가 됐다. 여기저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CF제의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하이퍼아이지엠증후군을 치면 ‘유리공주 원경이’의 미니홈피(www.cyworld.com/Uriangel)나 관련 글이 수도 없이 검색될 정도이다. 최근에는 월드비전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유리공주 원경이의 축복의 통로’란 제목의 음반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은혜지요. 예쁜 아이로 태어나게 하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어여쁨 받을 수 있다는 게 원경이에게도 큰 축복인 것 같아요. 또 원경이를 통해 욕심 많고 부족한 저까지 쓰임 받게 해주시는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그 크신 사랑을 깨닫게 됐어요.”


“맛있는 밥을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 주세요,”, “엄마가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라며 늘 감사의 기도를 잊지 않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작은 천사 원경이. 커서 사람들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는 ‘소원 천사’가 되고 싶다는 원경이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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