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설교, 이해한다 VS 잘못이다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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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설교, 이해한다 VS 잘못이다 ‘팽팽’
  • 승인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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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들의 설교 표절, 과연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규제해야 하는가? 이를 두고 목회자들과 일반 성도간의 의견이 확연히 대립되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새벽예배 7번, 주일대예배와 저녁예배 2번, 수요예배 1번, 금요 철야 1번 등 1주일 평균 10회 이상의 설교를 하고 있으며, 교회와 관련된 각종 일들까지 합할 경우 20번 이상의 설교를 하는 목회자들도 상당하다. 그리고 30세에 목사 안수를 받은 경우 70세 정도까지 설교를 하게 된다면 그 횟수는 말로 하기 어렵다. 그 자료를 어디서 구하며 설교를 위해 연구하는 시간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이런 이유들로 유명 목회자들의 설교집이 불티나게 팔리고 인터넷이나 각종 기관과 단체들은 목회자들의 설교자료를 공급하기를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목회자와 평신도, 목회자와 목회자, 평신도와 평신도들 간의 의견이 상당히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뉴스앤조이가 심포지엄을 개최하는가 하면 기독교 인터넷방송인 c3tv가 설문을 조사하기도 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역자포럼과 뉴스앤조이가 최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목회자들의 설교 표절이 위험수위에 이르렀으며 이에 대한 목회자들의 의식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희천 목사(내수동교회 원로)는 ‘왜 표절설교를 하게 되는가?’라는 발제에서 목회를 수십년씩 하고 대형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 조차도 표절설교를 한다고 지적하고, “그림책의 호랑이와 실제 호랑이를 만난 사람의 호랑이에 대한 설명이 표절설교와 창작설교의 차이”라고 설명, “성경본문의 연구를 통한 창작설교가 없기에 표절설교가 난무한다”고 꼬집었다.

한종호 목사(뉴스앤조이 편집인)는 “성경의 인용은 절수까지 철저하게 밝히면서도 설교의 표절과 복제의 근거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청중들이 설교 당사자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근거가 된 증언자에게 관심이 더 쏠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설교의 복제와 표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말씀의 증언이 보다 핵심적인 관심이라고 한다면 설교자는 그러한 좋은 내용이 어디에 있는 것이었는지 청중들에게 알림으로써 청중들이 자신들 스스로 그 근거에 접하여 말씀의 묵상으로 인도하고 신앙적 깨우침과 변화의 길로 이끄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c3tv에서 실시한 인터넷 설문 결과는 목회자들의 표절설교를 ‘이해한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지난 3일 현재 2천92명이 참여한 인터넷 설문에는 63.9%인 1천3백37명이 ‘이해한다’, 36.1%인 7백55명은 ‘잘못’이라고 응답했다.

설교의 표절이나 복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은 바쁜 일정에 쫓기는 목회자, 그리고 성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쉽고 은혜로운 설교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용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설교가 다시 생명력을 가지고 다른 역사의 자리에서 사용되어질 때 그 출처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성경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다른 어떤 표절과 인용은 가능하다”는 의견과 함께 “설교가 그냥 막 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본문 하나 준비하는 데도 수 없는 고민을 해야 하고 때로는 설교시간이 다 되어도 설교 준비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주일이 지나면 설교 때문에 또 고민해야 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목회자도 있었다.

c3tv의 경우 목회자들의 참여가 많다는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남의 설교를 표절하고 그대로 인용한다는 것은 지적돼야 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인식임을 감안, 이에 대한 제재가 일정부분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편 신학교에서 설교학을 가르치는 한상윤 교수는 “설교는 내용과 음성·자세·인격·은사·성령의 역사가 함께 해서 설교가 되고, 설교를 듣는 분위기와 성들의 각자 신앙의 상태에 따라서 설교의 은혜는 달라질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설교를 인용할 때는 내 것으로 완전히 소화해서 해야 하고, 초년 설교자가 아닌 중견 설교자가 되면 나만의 설교를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공종은기자(jek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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