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역사상 ‘최장기 파업’ 기록 세운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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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역사상 ‘최장기 파업’ 기록 세운 CBS
  • 승인 2001.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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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는 노조의 파업 2백65일만에 ‘용서와 화해’라는 대의를 내세우며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노사 모두 적당히 양보하는 선에서 종결지어진 파업은 양쪽 모두 ‘실리보다는 명분’을 살리는데 무게를 실었다.

합의문의 핵심은 정관개정안의 통과 약속. 지난해 4월 노사발전위원회가 제안한 정관개정안에는 사장청빙위원회 제도와 전문인 이사제도 도입, 경영자문위원회 신설 등이 골자로 담겨져 있다. 약속대로 오는 31일 이사회가 정관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교단 안배 등의 법칙을 내세워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선임하던 사장을 이사 4인과 직원대표 3인으로 구성된 사장청빙위원회가 추천한 2명의 후보 가운데 선임하게 된다.

또 전문인이사제도가 도입되면 이사교단 가운데 메이저 3개 교단(통합, 기감, 기장)에서는 각각 1명씩 전문인 이사를 파송해야 되며 노사합의에 의해 2명의 전문인 이사를 더 선출하게 된다. 이것은 교단 파송이사들로만 구성된 재단이사회에 방송과 경영 등 전문성을 갖춘 이사가 참여함으로써 회사운영에 질을 높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노사 합의안에는 2001년 임금에 대해 기본급 10%만 인상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결국 노조는 임금인상을 통한 개인의 복지향상보다는 장기적으로 CBS가 발전하는 것은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노조가 실리보다 명분을 선택한 것처럼 회사도 실리나 명분면에서 손해본 것이 없다. 단지 사측에서는 정관개정안 통과를 합의한 것이 내심 껄끄러운 눈치다. 하지만 노조 파업기간동안 대내외적으로 권호경사장 퇴진이 공공연하게 거론됐던 것이 이번 합의를 통해 조용히 마무리된 데서 명분을 찾고 있다.

파업 9개월. CBS 노사의 길고 긴 싸움은 끝났지만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 이처럼 상처를 입은데 대한 책임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파송 교단도 기타 연합단체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김경식목사가 중재를 자처했지만 NCC와 기장은 “우리가 공식적으로 파송한 바 없다”며 발뺌하는 등 평소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 교회 안팎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계속된 한국교회의 침묵이 CBS파업의 2차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CBS 파업과 합의를 지켜본 한 젊은 목회자는 “간신히 소용돌이에서 빠져 나온 CBS가 후임 사장 자리를 두고 또다시 상처입지 않도록 정관개정안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노사가 노력해야 할 것이며, 한국교회도 CBS가 진정한 하나님의 기업으로 발돋움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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