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우주를 담아내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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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우주를 담아내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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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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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핵집목사<열림교회>

춘(春) 3월이라고 하지만 며칠 전 동해안을 중심으로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부산 지역에서는 100년 만에 큰 눈이 내렸다. 지난 해저 지진과 해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이상 기후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이상 기후 현상은 어느 한 지역에만 아니라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이 1978년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책을 냈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한 것을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이라고 불렀다.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말하는데 ‘지구’를 뜻하는 말이다.

기아아 이론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 대기권의 토양, 대양 등이 범 지구적인 실체이며 유기체라는 이론이다.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서로 얽혀 생존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 한쪽의 희생은 반드시 다른 한쪽의 희생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기이아 이론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 재앙을 경험하면서 점점 신빙성을 얻어가고 있다.

오랫동안 서양의 철학이 인간의 존재에 대한 탐구를 해왔다. 인간의 실존을 깊이 파고들었다. 인간 중심주의적인 사고와  패턴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동양은 오랫동안 직선적이지 않고 둥글고 곡선적인 관계론을 이야기해 왔다. 자연과 친숙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 주변을 직선으로 잘라내고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터널을 뚫고 해안을 막기 시작했다. 곧게 뚫린 시원한 도로를 차로 가득 채우고 말았다. 차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점점 더워지게 만들고 있다.

인간들이 시원하게 에어컨을 켜고 즐기는 사이 우리 주변의 다른 생물의 종들은  신음하고 있다. 인간 중심적인 직선적인 사고가 빚어낸 슬픈 현상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관계 중심적인 사고로 전환하지 않는 한 인류의 미래는 없다.

주변을 둘러보라. 그 어디를 보아도 서로 질기게 끊을 수 없는 관계들로 이어져 있지 않는가? 내가 먹는 밥 한 톨에도 농부의 고통이 배인 땀이 들어 있고, 시원한 바람이 들어 있으며,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들어 있으니 우리는 밥상에 앉아  우주를 날마다 담아내고 있지 않은가? 한술 밥을 먹으면서 우주와 하나 되고 우주를 내 몸 안에 모시니 이 신비한 일이 어디 또 있는가?

바다의 파도는 인간의 호흡과 일치한다고 한다. 이 또한 신비로운 일이 아닌가?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가득 찬 신비를 날마다 바라보며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희생하고 나를 위해 해산의 고통을 하고 있다. 너와 내가 하나이고, 나와 그것이 하나라는 생각을 부정할 때 인간의 비극은 시작된다.

자기 중심적인 생각과 행동들이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파괴하고 있다. 기업주들이 노동자 없이 삶이 가능한가? 이 세상의 동물들과 식물들이 없이 인간의 삶이 가능한가? 강대국들은 약소국이 없이 홀로 존재가 가능한가 묻고 싶다.


인류의 역사는 가인의 경우에서처럼 옆에 있는 하나를 희생함으로 살아 갈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내 곁에서 사라지는 작은 곤충 하나에서 지구의 운명을 볼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을 가져야 한다.

인간적인 계산이 아니라 생명체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볼 때 지율 스님의 아픔은  우리가 함께 아파해야 할 아픔이다. 이런 고통과 아픔을 상실할 때 우리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재앙 한 가운데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오지 않도록 나와 너 그리고 모든 것들과 한 올 한 올 엮어 한 몸 이루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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