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받는 모든 사람은 근로자
상태바
급여 받는 모든 사람은 근로자
  • 운영자
  • 승인 2005.01.25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목사, 근로자입니까?`

이길원 목사 / 기독노조 위원장


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에 부목사 8명이 가입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부목사는 성직자라는 의식이 지배적인 한국교회 정서상 부목사들의 노동조합 가입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논의의 핵심은 ‘부목사들이 과연 근로자로 분류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목사에 대한 근로자성은 이미 법이 명기하고 있다. 노조법 제2조 1항은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매월 교회로부터 일정한 급여를 받는 부목사를 근로자로 볼 수 있다.

한국교회가 주지하다시피 교회가 부목사에게 지급하는 것은 ‘사례비’로 분류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가 이 부분에 대해 “부목사에게 지급하는 돈은 사례비가 아니라 ‘봉사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부목사는 교회가 주는 사례비로 생활하는 자가 분명하며, 사례비라 해도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이 분명해, 법이 부목사를 근로자로 규정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에 대해 이론을 붙이는 것이야말로 몰상식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담임목사가 사용자인가?’ 하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노조법 제2조 제2항은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 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명기한다. 이로 볼 때 담임목사는 교회법상 교회의 대표자이기에 당연히 사용자이다.

기독교회노동조합이 단체교섭을 할 때면 교회측에서 단체교섭에 응하면서 “사용자는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본다. 비근한 예를 든다면 최근에 있었던 쟁의 행위 조정 신청 때 노동위원회에 사용자측 당사자로 나온 한 장로가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니까 하나님이 사용자입니다” 라고 말했다가 조정위원에게 책망을 받은 적이 있는데 필자가 민망할 정도였다.

교회의 대표자는 담임목사

현재 대한민국의 법은 교인의 사용자성이 교회의 대표인 담임목사에게 위탁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회의 대표인 담임목사를 ‘사용자’로 당회원인 장로를 ‘사용자를 위하여 행위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예전에 성모병원 노동자가 200 일이 넘도록 파업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파업기간 동안 한번도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신부와 수녀들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니 우선 업무에 복귀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반 병원에서는 교섭이 이루어지는데 신앙을 토대로 하는 성모병원에서는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병원 노동자들이 하도 답답해서 로마로 갔다. 교황청 담당자는 물론 유럽의 담당 인사들이 한결 같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기들의 사회에서 지금까지 노조와 적대적인 관계가 된 일이 없었는데, 교회는 언제나 약자의 편이었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렇게 된 데는 그동안 독재정권과 자본이 가진 사람의 관점만 주목하게 하고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조합에 대해 가르치지 않았음은 물론 우리 사회에 노동조합이 해롭다는 것만 가르쳤기 때문이다.

기독노조, 바른 교회 건강한 교회 위해 출범

만일 신앙공동체라는 이유로 교회 내 노동조합 설립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면, 다른 노동조합들도 설립 근거가 희박해 질 수밖에 없다. 이 주장에 의하면 병원은 인간의 질병과 생명을 다루는 곳이므로, 교사는 신성한 교직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므로,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므로 노동조합 설립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노동자의 권리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고 있다. 신앙공동체인 교회라도 노사 관계는 일반 사업장과 다를 바 없기에 노동조합 설립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고 법에 의해 설립된 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은 교회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노동조합은 그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그러나 기독노조는 교회를 무너뜨리고 신앙공동체를 해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 아니다. 바른 교회,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한 기초를 놓기 위해 출범한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