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공동체 정신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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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공동체 정신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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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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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토론>
`기독 노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반대 -
안종철 교수 / 중앙신학대학원대학교


노사관계:
노동조합이란 산업사회의 파생물이다. 산업사회의 노동자는 임금(賃金), 시간, 인권, 삶의 질의 문제를 가장 큰 이슈로 생각한다. 특히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자본의 축적과 노동력의 착취, 그리고 자본의 분배에 관심을 갖는다. 사용자(자본가)는 노동자들이 자의로 결성한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와 임금을 협상하고, 근로 조건을 타협하고 조정한다.

노사관계는 종교와는 거리를 두고 성장 발전한 사회적 단체이다. 노사관계의 특성은 비 공동체적이며 본질적으로 타인 관계이므로 노동자와 사용자가 서로 협력하는 것은 쌍방의 이익 때문이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인 사랑과 희생, 봉사와 화해 때문이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노사관계는 서로 이용 관계에서 유지된다. 동시에 사업체가 망하면 그 관계는 그것으로서 끝난다.

교회와 노동조합: 현재 수도권에 있는 몇 교회의 교회 노동조합(교회 노조)과의 갈등을 제외하면, 대다수 한국 교회는 교회 노조에 대하여 생소하다. 자본주의적인 시각으로 말하면, 서울의 어떤 교회는 노동쟁의로 인해 파산 상태에 있다. 교회 노조원이 되는 길은 목사를 비롯해서 교회의 유급 직원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한국 교회는 교회 노조에 대하여 두 가지 극단적인 시각이 있는데, 하나는 교회 노조가 교회의 소외된 사람들과 약자들에 대한 울타리 역할을 함으로써 교회 문제를 많이 개선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교회를 상대로 임금 협상, 근로 조건 개선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과 같은 사회단체와 연계해서 ‘투쟁’한다.

교회 상대 투쟁, 교회 본성 포기하는 행위

그러나 다른 하나는 교회 노조를 교회 파괴자와 같은 집단으로 보기 때문에 이 단체에 대하여 많이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두 그룹의 시각이 모두 치우쳐 있다고 본다. 그 것은 이들이 교회라는 ‘신앙 공동체’의 특수성을 너무 간과했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익 창출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를 상대로 투쟁하는 것은 교회 본성을 포기하는 행위다. 따라서 교회는 권위주의 집단은 더욱 아니다.

교회 안에서의 노동조합: 한국 개신교는 미국의 자본주의 영향, 일제 강점기와 군사정권 속에서 교회의 본질이 너무 많이 훼손되었다. 그것은 교회가 자본주의 정신을 마치 복음처럼 생각했고, 다른 하나는 관료주의와 계급주의를 교회의 본성처럼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물신주의’를 추방하고, 교회를 ‘형제자매 공동체’로 만들기 위하여 교회 안의 약자와 소외된 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교회 노조는 교회를 대물화 하고, 교회를 자본가로 간주하여, 교회 밖의 사회단체와 연계해서 투쟁한다는 점에서 신앙 공동체의 정신을 너무 많이 훼손하게 된다.

교회는 형제를 위해 자기희생을 정당화하고 형제자매들에게 봉사하기 위한 공동체다. 특히 교회 문제를 세상 법정의 심판으로 끝을 보겠다는 방법은 복음이 전하는 정신이 아니다. 예수님과 사도 바울도 이 문제에 대하여 ‘소송은 안 된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물론, 교회 노조운동은 영원한 진리도, 교회의 개혁의 유일한 수단과 방법도 아니다.

목회자 직원 모두 이웃을 위해 손해보는 자세 가져야

한국 교회 노동조합의 나갈 길: 한국 교회 노조 배후에는 예수도 아닌, 또는 교단도 아닌 사회노동조합이라는 후원자들이 있으며, 교회 노조는 그들의 투쟁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 이유로 교회 노조의 주장은 설령 교회가 분열되거나, 문을 닫는다 해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태도로 나가는 것 같다.

물론, 교회 노조의 정당한 주장을 권위주의와 교회 관습으로 억누르려는 태도 역시 교회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일로서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두 그룹이 다 같이 깊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교회는 우선 임금(賃金)이나, 삶의 질보다도 더 중요한 것, 그리고 교회의 권위나 관습, 체면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있다. 그것은 예수께서 몸소 실천하신 ‘형제를 위해 자기를 버리는 것’, ‘이웃을 위해 손해 보는 정신’이다.

기독교는 이것을 자신의 존립 근거의 하나로 믿고 있다. 이 정신은 수천 년 동안 지켜온 교회 정신이다. 한국 교회와 교회 노조는 예수파와 그리스도파가 싸우고 분열했던 부끄러운 한국교회 역사를 상기해야 한다. 노조의 강경한 태도에서 우리는 ‘노동조합교회’라는 교파가 또 하나 생길 것을 우려한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자본주의의 오염된 사상과 교권주의로부터 각고의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기업이 망하면 근로자는 다른 기업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자기 편의 이기적인 싸움 때문에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면, 교회의 설 땅은 어디도 없다. 한국교회 노조는 예수께서 가르치신 ‘화해와 사랑의 원리’를 우선적으로, 그리고 끝까지 추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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