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호흡’이 하나님의 나라 누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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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호흡’이 하나님의 나라 누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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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1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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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획실장

지난 연말 동남 아시아를 강타한 지진 해일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서와 해변이 초토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이 재난은 특정 국가만이 아닌 지구촌 전역, 80개나 되는 나라에 내린 대재난이었다. 그래서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 시민들은 앞다투어 피해 지역에 구호와 재건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재난을 자연 현상으로만 여기고 인도적 지원활동을 벌이기엔 몇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지진과 해일은 자연 재해이지만, 이번의 엄청난 피해는 산호초와 망그로브숲 등 해안 습지 파괴와 도로, 휴양지 건설 등 사람들이 자초한 면이 크다. 이번 재난의 최대 피해지인 인도네시아 반다아체가 위치한 수마트라섬의 숲 파괴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주변 해안의 산호초를 잘 보전해 온 몰디브는 인접국에 비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자연의 파괴가 부메랑이 되어 재난으로 돌아온 것이다.

둘째, 현재 진행되는 구호활동은 인명구조와 전염병 예방에 치중되고 있는데, 각종 쓰레기와 공업용 화학물질, 오수관리와 식수 내 염류 농도 상승 등과 같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도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항구와 각종 기반시설이 입은 피해는 물론 인간의 건강에 대한 위험도 심각히 고려돼야 한다. 그리고 그 곳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자연 생태계는 당장 눈 앞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 본래의 가치를 충분히 고려해 복원해야 한다. 특히 이미 80%까지 사라진 동남아시아 천연림인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에 대한 복구는 지속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셋째, 지금의 구호활동도 중요하지만 일이 마무리 됐을 때 그들과 우리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할 일이다. 고통과 보살핌의 체험은 우리의 삶을 성찰함으로 생명의 근원적 거룩함을 느끼며 창조주에게로 다가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지진 해일은 과학기술로 미리 그 가능성이 파악돼 있었다. 미 캘리포니아 공대의 교수가 작년 7월 지진 해일 가능성을 경고하는 인쇄물을 배포했지만 무시됐다. 또 하와이지진해일연구센터는 대재난 발생을 파악하고도 그 규모를 가늠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반면 스리랑카의 가장 큰 야생생태보호구역의 대표 책임자에 따르면, 남동부에 있는 야라 국립공원의 내륙 3km까지 거대한 파도가 덮쳤지만 죽은 동물의 흔적은 없다고 한다. 동물들은 재난을 미리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멸종 위기에 처한 인도 남부 뱅골만의 원시 부족들과 100년 전 대재난의 경험이 있는 인도네시아 아체지방 주민들은 이번 해일 전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자연과 교감하며 사는 이들로 바람의 냄새를 맡고 노젓는 소리로 바다의 깊이를 아는 능력,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생태 감성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의존 심리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일방적 의존이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데도 말이다. 건강한 삶은 흙에서 나서 흙에서 난 것을 먹고 흙으로 돌아가는 순환에서만 가능하다.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인간 삶의 근원적 바탕을 늘 잊지 않게 해주는 생태적 지혜와 감수성이다.

지금이라도 하나님께서 손수 지으신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창조 능력과 신비를 피부로 느끼도록 감수성을 기르자. 식물과 동물, 달과 별, 산과 바다, 숲을 가까이 하며, 그 안의 생명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우리 안에 있는 근원적 힘을 회복하는 길이다. 이 길만이 더 큰 재난을 막고 ‘지금 여기서’ 하나님 나라를 누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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