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의 구약읽기(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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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의 구약읽기(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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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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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교활한 야곱
 

교수·강남대 구약학

 

이삭이 나이 들자 자식들의 암투가 시작되었다. 이상스럽게도 성서는 장자가 곤경에 처하는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여 지금까지 오명을 쓰고 있으며, 이스마엘은 이삭이 태어남으로써 장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이제 야곱이 형 에서를 제치고 장자권을 탈취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것을 누군가가 히브리인의 ‘장자 컴플렉스’라고 했다. 늘 장자에게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사회 구조에 저항하는 일종의 반항 의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장자보다는 억울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차남과 다른 형제에게도 자비를 베푼다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야곱은 그의 이름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남을 속이고 그 대가로 자신이 속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것 같다(창 27:36). 에서는 죽음이 임박한 이삭에게 별미를 대접하기 위해 사냥을 나간다. 어머니 리브가를 통해 이 사실을 전해들은 야곱은 에서 대신 자기가 이삭의 축복을 받기 위해 계략을 꾸민다. 리브가는 착한 에서를 두고 왜 차남인 야곱을 더 사랑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야곱은 어머니가 해준 별미를 가지고 이삭에게 가서 자기가 에서인 것처럼 속이고 아버지의 축복을 받는다(27:28~29).

이 축복은 단순한 축복이 아니고 장자의 권한을 이양하는 단 한번밖에 할 수 없는 거룩한 의식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에서가 다시 축복해 주기를 간청하지만 이삭은 이를 거부한다. 이삭이 자기 말과 함께 이미 축복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재차 반복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야곱이 에서를 속인 것은 그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에서로부터 이미 장자권에 대한 양보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일전에 에서가 사냥터에서 돌아와 무척 배가 고팠을 때 장자권을 판다는 것을 조건으로 팥죽 한 그릇을 준 적이 있지 않은가?(창 25:28~34).

동생에게 속은 것을 안 에서는 야곱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이 사실을 안 리브가는 야곱을 살리기 위해 그를 하란에 있는 삼촌 라반에게 보낸다(창 27:41~45). 남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야곱은, 이제 라반에 의해 ‘속는 자’로 전락한다. 야곱은 라헬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7년 동안 일했건만, 삼촌의 속임수로 라헬 대신 언니 레아를 아내로 맞게 된다(창 29:15~27).

라반은 야곱에게 7년을 더 일해 준다면 라헬을 주겠다고 함으로써 야곱의 승락을 얻어낸다(27~28절). 야곱은 레아와 함께 7일의 결혼 예식을 끝내고, 라반과의 약속에 의해 7일 만에 다시 라헬을 아내로 맞이한다(창 29:28~30). 결국 라헬을 정식 부인으로 맞이하기 위해 야곱은 14년을 일한 셈이다.

여기서 성서 독자는 그의 끈질긴 집념을 보게 된다. 장자권에 대한 집념이 에서를 속이기까지 했으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집념은 그로 하여금 14년을 묵묵히 참고 견디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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