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선교, 다문화’ 주제로 선교 방향 설정 논의
선교 중심 비서구 교회로 옮겨가…전략 수립 요청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세계 교회에 발맞춰 새롭게 선교전략을 수립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강규성)는 지난 26일 아신대학교(총장:정홍열)에서 ‘복음, 선교, 다문화’를 주제로 제83차 정기 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비서구 선교사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계 선교의 미래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한 KWMA 사무총장 강대흥 선교사는 “서구교회는 복음 외에 동성애, 종교 다원주의, 사회 구조, 환경 등에 집중했다. 또한 자유주의신학을 받아들여 진리에서 멀어졌다. 이 때문에 서구교회가 쇠퇴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면에 복음 중심의 비서구권교회는 부흥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 기독교와 선교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서구교회가 축소된 이유로는 선교 개념의 변화를 시발점으로 꼽았다. 전통적으로 기독교는 교회가 선교의 중심이 되는 ‘미시오 크리스티(Missio Christi)’ 개념 안에서 선교사를 파송하고 복음을 전파했지만, 1950년대 들어 새롭게 등장한 ‘미시오 데이(Missio Dei)’ 때문에 선교가 위축되었다는 것이다. ‘미시오 데이’란 ‘하나님의 선교’를 의미하는 말로 선교의 주역이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주장이다. 복음주의권에서는 하나님이 하시는 선교에 교회가 동참하는 것이라는 개념의 ‘미시오 데이’가 결과적으로 교회의 선교에 대한 책임 자체를 위축시켰다고 지적한다. 이와 동시에 ‘총체적 선교’ 개념의 도입으로 인해 본질적인 복음 전파보다 사회 문제 해결에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진단도 있다.
강 선교사는 “한국교회를 포함한 비서구교회의 선교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교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이에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이대로라면 몇 년 안에 서구교회의 모습을 답습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선교’라고 하면 다른 나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리적 개념이 기저에 깔려있다. 우리가 받았던 선교가 그런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선교지에 학교나 병원 등을 건립하고 재정을 쏟아붓는 선교를 했다.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사역은 파송 단체의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선교 지형을 보자면 과거 선교지였던 지역이 선교사 파송 국가로 변하는 추세다. 선교단체의 리더들이 비서구권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고, 제4차 로잔대회가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선교 패턴의 변화가 시급하다. 재정이 풍부했던 서구교회에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부족한 비서구교회로 선교의 무게추가 이동했기에 새로운 선교전략 수립을 요청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강 선교사는 △현지인 중심 선교 △현지의 요청에 맞춘 선교사 파송 △현지교회를 섬기는 선교 △금전보다 동역에 집중 등으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선교사는 자신이 직접 아기를 출산하는 산모의 역할에서 산모의 출산을 돕는 산파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에는 몇몇 닫힌 국가를 제외하고는 이미 현지교회가 존재한다. 그들의 책임과 소유를 인정하고 교회를 세우는 도우미역을 자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대적으로 물질적 여유가 있는 서구교회가 인력이 풍부한 비서구권교회에 재정 지원을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서구권에서는 장기 사역을 감당할 후보를 찾기 쉽지 않다. 결국 비서구권 지원자를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비서구권 선교사 훈련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변하는 선교지 상황을 꼬집으며 “팬데믹 이후 전통적인 선교를 막을 내렸다. 또한, AI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 삶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과거 ‘돈’을 무기로 내세우는 선교는 끝났다. 현지교회와 동역하는 새로운 선교가 세워져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땅끝까지 복음을 전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전했다.
논문발표회에서 ‘로잔 선교운동의 변천과 극복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김학유 총장은 로잔운동의 중요성을 되짚었다. 김 총장은 “로잔 운동은 전통적인 선교의 의미를 회복시켰다. 사회 참여와 사회 화해를 강조했던 모습에서 선교를 재부각하는 공을 세웠다. 또한 WCC로 인해 실추되었던 성경의 권위를 되찾았다. 성경의 무오성을 기반으로 신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고평가할 수 있다”면서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의 회복으로 이어졌다. 윤리 도덕적 성인(聖人)으로 격하된 예수를 인류 구원자의 자리로 다시 올려드렸다”고 로잔운동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로잔운동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제4차 서울-인천 로잔대회는 서울선언문에서 △성경의 권위 재천명 △전도와 사회적 책무의 균형 강조 △통전적 선교와 제자도의 만남 △가자 전쟁에 대한 신학적 논쟁 풀이 △동성애 반대 △세계 복음화에 대한 언급 없음 등을 언급해 기독교의 본질을 상기하고 선교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선교 환경을 이해하고 대처하는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김 총장은 “로잔대회 역시 복음주의 선교를 수호하기 위해 탄생했던 시작과 다르게 다른 길을 기웃거렸었지만, 이번 서울선언문은 복음의 순수성을 다시 앞세웠다.가장 성경적이고 건강한 선교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복음주의 선교의 교과서이자 길라잡이로서의 로잔운동을 통해 복음주의적 선교가 다시 확산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