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은 대표적인 유기체로 통상 소우주로 지칭된다. 그만큼 정교하고 모든 것을 갖춘 신비이자 인간의 언어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걸작이다. 몸을 이루고 있는 손, 발, 팔, 다리, 머리 등은 유기체이므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서로 영향을 미치며 존재하고 기능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인간은 많은 경우에 우리의 몸을 비유로 하여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나 실체를 설명하고 이해하고자 하였다.
1960년 7월에 파푸아뉴기니 Kewa 부족은 처음으로 영국제 4륜 구동 자동차(랜드로버)가 자신들의 땅에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을 접하고 그들은 인간의 몸에 비유하여 그것을 소개하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내부 천장은 ‘머리’, 옆 거울은 ‘귀’, 바람막이 유리는 ‘이마’, 와이퍼는 ‘눈꺼풀’, 연료탱크는 ‘입’/‘위’, 연료탱크 입구는 ‘입술’, 연료필터는 ‘혀’, 오일은 ‘피’, 기화기는 ‘코’, 기어박스는 ‘심장’, 타이어는 ‘손톱’ 등으로 비유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몸을 통하여 비유하게 되면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개념들이 구체화되어 내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스도인의 집합적 존재 및 유기적 관계를 가리키는 말은 ‘교회’이다. 바울은 교회를 지칭할 때 교회의 이러한 성격을 잘 나타내 보이고자 몸의 메타포를 사용하였다. 그렇다면 왜 바울이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에 비유했을까?
교회의 본질과 특성 및 기능을 설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바울은 교회가 지닌 물리적 및 영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내 보이기 위해서 몸의 비유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울은 성경 여러 곳에서 교회를 ‘몸’, 특히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특히 고린도전서, 로마서, 골로새서, 에베소서에 이러한 비유가 잘 나타나 있다.
교회를 인간의 몸에 비유함으로써 우리는 쉽게 교회의 속성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 몸에는 팔, 다리, 눈, 코, 입, 귀 등 여러 지체가 있는데 이 기관들은 독립적으로 기능하지만 결코 몸에서 분리될 수는 없다. 몸에서 분리되는 순간 지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렇듯 주님의 몸 된 교회도 다양한 지체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로 연합되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몸의 비유를 통해 우리는 각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우 소중한 존재임을 실감하게 된다. 성경은 심지어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고전 12:22)라고 말씀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앙이 없어 보이고 은사도 덜 받은 것 같고, 능력도 부족해 보이는 성도일지라도 하나님은 결코 그렇게 보고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제 각기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받고 태어났거늘 이 은사는 우열이 없기 때문이다. 교회의 지체 중에 약하게 보이는 지체가 오히려 더 소중하다는 가르침이 새삼 가슴에 와 닫는다. 몸의 비유를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 보여주지 않았다면 이를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하였으리라!
우리의 몸이 유기체이듯이 주님의 몸 된 교회도 그러하다. 같은 성령으로 연결된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그러므로 연약한 한 성도가 고통을 당하면 온 교회가 아파하고, 한 성도가 즐거워하면 온 교회가 함께 즐거워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시선을 돌려 교회 안에 연약한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필 일이다.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다고 하셨으니 이제 부르심을 받은 같은 지체로서 연약한 지체를 먼저 돌아보고 서로 도와 더욱 견고하고 든든한 교회로 세워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