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성’의 눈으로 본 교단 총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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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성’의 눈으로 본 교단 총회 현장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10.02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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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오신 간사님입니까?”

지난주 취재를 위해 방문한 모 장로교 총회 현장에서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9월 일제히 장로교 정기총회가 열리면서 본지 기자들은 교단별로 출입처를 나누어 총회에 방문했다. 으레 총회 현장에서 기자들은 총회에 별도 마련된 프레스석에 앉아 취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장로교 총회에서 취재를 하고 있던 기자에게 문의 사항이 있었는지 한 총대가 찾아와 “간사님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여성 목사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교단인 터라 총회 현장에 여성이 있다면 간사 정도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날 총회 현장에서는 타 교단과 합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여성 목사안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교단의 직전 총회장 모 목사는 “여성 목사 안수는 진리의 문제라 보기에 어떤 상황에도 허용할 수 없으며, 여성 목사가 있는 이상 해당 교단과는 합동이 어렵다”면서 여성 목사안수를 ‘진리를 다투는 문제’로 언급했다. 심지어 이 교단에서는 ‘여성목사 안수 반대’를 지향하는 교단들과 연합기구를 구성하는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반면 합동총회에선 총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강도권을 허용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112년 만에 여성 사역자에게 설교할 수 있는 권리가 공식 부여된 것이다. 지난해 여성 강도권을 통과시켰다가 철회한 전력이 있었던 만큼 폐회예배가 있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안건이 통과되면서 교단의 여성들은 “드디어 20년 동안 꿈쩍하지 않았던 바위가 움직였다”며 기쁨을 표했다. 합동총회에서 올해 처음 여성 강도사 결의가 이뤄진 것은 참으로 진일보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시작이 반인 만큼 여성 목사안수를 위해 첫걸음을 뗀 셈이다.

백석총회는 2011년 여성 목사 안수를 전격 시행했으며, 10년이 지난 지금 여 목회자들은 총회와 노회 곳곳에서 요직을 담당하며 총회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여성목사 안수는 진리를 다투는 문제도 교단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도 아니다. 한국교회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의 존재를 인정하며, 총회 현장 곳곳에서 여성 총대의 존재가 특별함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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