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개신교 집안, “나는 평생 신앙인이다”
일제 과거사 반성, 한일관계 개선에도 기대
일본 현지 방송에서 자민당 새 총재 이시바 시게루의 당선을 보도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이시바 시게루 당선자가 4대째 기독교인이다.
일본 집권여당 자민당의 차기 총재 선거에서 개신교 신앙을 가진 이시바 시게루(67세) 전 간사장이 당선돼 관심이다.
지난 27일 일본 도쿄에서 치러진 자민당 선거에서 전체 415표 중 215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되면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기사다 후미오 총리의 후임으로 제102 총리에 취임할 것이 유력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2008년 처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한 이후 5번의 도전 끝에 16년 만에 승리하면서 일본 내에서는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불리고 있다. 1986년 중의원 선거에서 최연소로 당선된 이후 40년 동안 정치를 계속해왔으며, 방위청 장관, 방위상, 농림수산상 등 내각 경험도 풍부하다.
극우 성향의 총리 후보를 차단했다는 의미에 더해, 특별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시바 전 간사장은 외가로부터 4대째 개신교 신앙을 이어받은 신앙인이라는 사실이다.
어려서는 교회 부속 유치원에 다녔으며, 18세에 일본 내 최대 교단인 일본기독교단에 속한 돗토리교회에서 세례 받은 후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기독실업인회(CBMC)가 주최하고 있는 국가조찬기도회에도 매번 참석해 함께 기도해온 인물이다.
이시바 시게루의 외조부 가나모리 츠린은 도지샤 대학을 창립한 니지마 조의 제자로, 일본 교회의 초기 지도자로 활동하며 오카야마와 돗토리 지역에서 열심히 복음을 전했고, 교회들을 개척하는 데에도 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외조모의 신앙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시바 당선인 본인도 “평생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신앙을 가진 이시바 전 간사장이 일본 제국주의의 그릇된 역사에 대해 반성하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는 데 있다. 그는 일제가 저지른 대동아 전쟁, 태평양 전쟁을 침략전쟁으로 언급하기도 했고, 한국을 비롯한 피해국이 납득할 때까지 일본이 사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이런 발언은 일본 주류 사회와 달리 일본의 과거사를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사과해온 일본 내 기독교회의 고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온 자민당 전 총재들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을 것도 예측해볼 수 있다.
또 친한파로 알려져 있는 온화한 비둘기파로 분류되고 있으며, 일본 정계에서도 “교양이 있다”, “합리적이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한일관계 개선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한일 정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일본 내 개신교 신자는 약 0.5%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시바 시게루가 여당 총재가 된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역사임에 틀림없다. 당선인은 조만간 의원내각제에 따라 집권당 총재 자격으로 총리에 취임하게 되며, 제52~54대를 지낸 하토야마 이치로 이후 두 번째 개신교 인 총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