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창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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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창피하게~
  • 이찬용 목사(부천성만교회 담임)
  • 승인 2024.09.24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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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311)

며칠 전 목사님들과 연휴에 찾은 식당이었습니다. 명절이라 일하시는 분들도 부족해 보였고, 주인집 따님인 듯한 젊은 여자분이 이리저리 뛰고 있지만, 갑자기 몰려드는 손님들을 감당하기엔 벅차 보였구요.

우리 일행이 식사를 막 시작하는데,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더라구요. 혼자 이리저리 뛰며 식탁을 정리해도 손님들이 앉을 자리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때쯤 우리 바로 앞 식탁에 있던 손님들이 일어났고, 육십이 조금 넘어 보이는 부부와 삼십 대 정도의 남녀와 자녀들이 그 자리에 왔습니다.

“죄송해요~ 금방 자리 치워 드리고 정리해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가족이 하자마자 아빠가 옆에 있던 음식 카트에 그 자리에 있던 그릇들이며 남은 반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당신도 조금 멋쩍었는지, “야야~ 놀면 뭐하냐? 다 사는 게 이런 거지~”

아들로 보이는 친구가 말하더군요.
“아빠! 창피하게~”
“알아~ 그래도 가만 있으면 뭐해? 이것도 재밌잖아~”
“아이고 그냥 두세요~ 너희 아빠는 늘 이런 데 와선 이런다니까. 며칠 전에도 어느 식당에서 그릇 치워준 적도 있어.”
“아니~ 노는 손인데 바쁠 때 같이하면 좋잖아요? 재미도 있고.”
“그래도 우리 돈 내고 먹는데, 창피하잖아~ 그만 좀 해요~”

육십이 넘어 보이는 손님으로 온 남자분이 종업원처럼 식탁을 정리하는 건 비슷한 또래의 우리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그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이리저리 뛰던 세대일 텐데요. 가족들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인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짠했습니다.

이제 대부분 그 나이가 되면 사회에서도 나가라 하고, 보통 친구들도 은퇴했기에 현역 때처럼 마음 놓고 만나지 못한다고 하더라구요.

가족들 입에 밥 굶기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뛰던 아버지는 은퇴 후 가정으로 들어왔지만, 늘 바쁘게 밖으로 나돌던 아버지가 있을 자리는 별로 없다네요. 아내도 불편해하고, 같이 사는 자녀들도 불편해하고요.

어느 아들이 은퇴한 아버지가 라디오를 붙들고 울고 있길래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답니다. 아버지의 라디오에서는 나사 하나가 빠져 덜그럭거리고 있었고, 나사 하나가 빠졌는데도 라디오는 아무 이상 없이 소리가 잘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나 하나 빠져도 이 사회가 아무 이상 없이 잘 굴러가는 거나, 라디오에서 나사 하나 빠졌다고 라디오가 아무 이상 없는 거나 같은 듯해 울고 있었다구요.

아버지를 창피해하는 아들이 아니라, 조금은 마음 불편해도 “제가 할게요”, “아빠! 같이 할까요?”하고 말 한마디 해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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