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자살예방운동’, 현실 참여적 사랑 나누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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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자살예방운동’, 현실 참여적 사랑 나누는 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9.0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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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날, 한국교회가 ‘생명보듬주일’ 지켜야

올해 자살자 수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
9월 8일 ‘생명보듬주일’…생명 문화 만들자

“대한민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만큼, 국민의 일상도 행복해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볼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소득이 증가했으며, 2021년에는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이 됐다. 그러나 이와 비례해 동반 성장한 수치가 바로 ‘자살률’이다. 이러한 현상은 OECD 국가 중 한국과 미국이 유독 심하며, 우리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수치를 보인다.

소득과 행복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 결과 1인당 GDP가 높은 국가가 행복 수준이 더욱 높았지만, 일정 소득수준 이상의 국가들은 행복 수준이 정체됐으며,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본적인 생활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소득수준이 확보된 이후에는 사람들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에 소득이 미치는 영향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물질적인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행복감이 증대되지 않는 현상을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단기간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이뤘지만, 사회의 불평등구조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심각하다. 2022년 상위 1%가 국민소득 14.7%, 상위 10%는 46.5%를 차지하고 있어 소득의 편중이 미국 다음으로 높다.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자살률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5.2명으로 OECD 국가의 평균(10.6명)의 2배 이상을 웃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자살 사망자 수는 총 6천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적인 고립과 경제난, 우울과 불안 증가 등의 이 요인이 자살 사망자 수의 증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에 비해 높고, 청소년의 자살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노인의 경우 여성보다 남성이 3배 이상의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 한국의 자살 현황은 주요 경제위기 발생 시기인 1997년과 2002년, 2008년 주요 사건 이후 크게 증감해 실업률 및 상대적 빈곤율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자살 통계의 특성에 따라 자살 예방 및 대응에 있어 사회구조와 문화, 환경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조성희 교수(서울신대)는 “자살에 대한 담론 형성과 개입에 있어 개인적 차원의 대응과 정신건강 중심의 이슈화는 한국사회의 자살문제 해결과 자살 관련 정책 목표 달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며 “자살에 대한 근본적이고 사회적인 변화의 방향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즉 자살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사회구조적 변화를 이끌기 위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생명 살리기’ 문화를 주도하는 교회의 노력이 요청된다.

‘9월 8일 생명보듬주일’ 지켜요


매년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기점으로 한국교회는 매년 9월 첫째 주를 ‘생명보듬주일’로 지키고 자살예방과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해가고 있다. 

올해 제12회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한국교회는 천하보다 귀한 ‘생명’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생명보듬주일’을 선포하고,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생명문화의 확산을 위해 예배와 기도로 함께 참여하길 독려한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 LifeHope(대표:조성돈 교수, 라이프호프)는 2024년 생명보듬주일을 9월 8일로 선포하고,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인다.

세계자살예방의날을 맞아 라이프호프는 한국교회가 오는 9월 8일을 ‘생명보듬주일’로 지키고 생명문화를 주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9월 ‘생명보듬걷기’ 캠페인에 참여한 안양감리교회 성도들 모습.
세계자살예방의날을 맞아 라이프호프는 한국교회가 오는 9월 8일을 ‘생명보듬주일’로 지키고 생명문화를 주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9월 ‘생명보듬걷기’ 캠페인에 참여한 안양감리교회 성도들 모습.


먼저는 기독교의 생명존중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활동으로 ‘생명보듬예배’를 통해 생명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다. 생명존중 의식은 하루아침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므로 예배 가운데, 설교 가운데 지속적으로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라이프호프는 ‘자살에 대한 설교지침’을 마련해 자살예방과 생명 존중을 위해 설교 중 언급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함께 언급해야 할 내용을 정리해 두었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생명보듬주일’과 관련된 예배와 설교문을 공개해 교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다음은 사회구조적 변화를 이끌기 위한 ‘자살유가족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한다. 그동안 음지에 머물러 있던 자살 유족들을 양지로 끌어내어 유가족들을 자살문제 해결의 주체자로 세우고, 이들을 돕기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겠단 방침이다.


한 사람이 자살하면 그 주변에 최소 6명 이상의 자살유가족이 발생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4천명에 이르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자살유가족은 매년 10만 명에서 15만명에 이른다.

현재까지 누적된 자살유가족 수는 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0%에 해당한다. 실제로 가족의 자살로 상당한 심리적, 정신적 충격을 받은 자살유가족은 높은 불안과 우울증세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다음으로는 시민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생명보듬걷기(LifeWalking) 캠페인이 있다. 생명이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단 사실을 알리기 위해 9월 8일 안양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며, 모든 세대가 함께 걸으며 생명의 가치를 되새길 예정이다. 또 지난 6일에는 ‘자살유족 지원 법률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으며, 9월부터 11월까지는 목회자와 교인을 위한 자살예방교육을 시행한다.

라이프호프 대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한국교회는 교회 안으로만 행하던 방향성을 교회 밖으로 돌리고, 내세 지향적 축복을 추구하던 믿음에서 현실 참여적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 사회의 위기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교회가 서야 할 자리를 제대로 찾아갈 때 사회의 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이 점에서 조 교수는 “‘생명보듬주일’은 이 시대의 문제를 믿음으로 바라보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며, “교회가 이 땅에 생명을 선포하고 생명의 문화를 형성할 때 이 땅을 지배하는 죽음의 문화가 물러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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