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면, 시론자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프랑스 상송 가수이며 영화배우인 이브 몽탕(Yves Montand)이 부른, 영화 ‘밤의 문’의 주제가 ‘고엽(枯葉, 마른 잎, Autumn Leaves)’을 나윤선의 Jazz로 듣거나, 피아노 연주로 들으면서, 김현승 시인의 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1956년 작)를 묵상하며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를 몸으로 실천하고, 프랑스 시인 구르몽(Remy de Gourmont)의 ‘낙엽(落葉)’(1892년 작) 시를 낭송하며 “시몬, 나뭇잎 떨어진 숲으로 가라.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를 마음에 새기며 숲길을 걷고 싶었다.
또 1961년 제작된 미국 영화 ‘9월이 오면(Come September)’의 주제곡을 연주한 벤쳐스(Ventures) 악단의 신바람 나게 하는 기타 연주를 들으며, 여름의 힘들었던 무더위를 떨쳐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몇 년째 이 작은 소망은 이룰 수 없었고, 올해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어지럼증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지진으로 밟고 있는 땅이 흔들려서가 아니다. 시론자의 어지럼증의 원인은, 어지럽혀진 환경 때문이다. 입추(立秋)가 지나고, 처서(處暑)도 지나갔다. 처서는 더위가 수그러드는 시기를 알려주는 절기이다. 그런데 날씨가 영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백로(白露)를 앞두었으나, 열대야로 잠 못 이루게 한다. 정말 어수선한 계절이 오랜 세월 동안 몸에 밴 생태계를 흔들어대니 어지럽다.
국민의 삶과 나라 살림을 책임진 정부나 정치판은 더 어지럽다. 오랜 세월 쌓아온 도제(徒弟)제도로 이룬 세계 제일의 의료 시스템을 근본에서부터 흔들어 해결의 끝이 보이질 않아 어지럽다. 정치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계산기 두드리는 정당들로 인해 온 국민은 앓지 않아도 될 어지럼병으로 흔들거린다. 뜬금없이 건국 논쟁, 뉴라이트라는 새로운 논쟁거리를 등장시켜 온 나라를 어수선하게 한다.
그러면 세상의 길이 되고, 빛이 되어야 할 교회는 어떨까? 세상과 정치판보다 더 하면 더 하였지, 조금도 좋다고 할 수 없어 보인다. 정말 어지럽고, 걱정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 보고에 따르면, 무종교인 10명 중 절반은 과거 종교가 있었는데, 이중 ‘개신교인’이었던 비율이 49%로 가장 높다고 했다. 왜 그들은 교회를 떠났을까? 어지럽혀진 교회 마당, 예배당 안에 머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형 교회에서 들려오는 파열음도 여전하고, 교단마다 9월 총회를 앞두고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사건으로 인해 내홍을 겪는 신음이 오히려 듣기에 역겹다.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입에 담으면 오히려 입을 씻어야 하고, 들은 소리가 있다면 맑은 물 흐르는 냇가에 가서 귀를 씻어야 할 말과 사건이 쌓여 있는 ‘거룩한 교회’로 어수선하기가 끝이 없으니, 누가 여기에 머물고 싶어 할까? 누가 교회 문을 두드리며, 복음에 귀 기울이려 할까? 어지럽혀진 거룩한 교회를 좋아할 세력은 어둠뿐이다. 만약 예루살렘 성전을 숙정(肅正)하시며 회초리를 들어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다” 호통치셨던 예수께서 여기에 계신다면? 빗자루를 들어 쓸기 시작하셨을 것 같다.
9월이 시작된다. 누가 빗자루를 들까? 빗자루를 들 사람을 이 가을에 찾으실 때, 이사야 예언자처럼 “내가 여기 있나이다”(사 6:8) 손들고 나서는 한 사람이 되자.
예따람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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