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새벽기도회에 새로운 기도 제목이 추가되었다. 엊그제, 내 전공분야가 아닌 한 프로젝트를, 그것을 전공하신 어떤 교수님이 같이 하자고 하셔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나님께 여쭈어보는 기도이다. 나는 원래 ‘내 전공분야가 아니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그런데 그 사업이 우리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고, 내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하여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기도에 매달린 것이다. 한 사흘을 기도한 결과 하나님은 ‘한번 해 봐라’ 하시는 것 같았다. 기도하자마자 주시는 신속한 응답이었다. 그래서 그 교수에게 응낙했다.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걱정되는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인도하실지 기대가 된다. 난감하고 막연한 생각으로 우선, 인터넷을 통해 그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 자료를 모아서 나름대로 체계를 세워 정리하여 여러 번 정독을 했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하나님! 다음엔 어떻게 하면 되지요?” 이렇게 되뇌면서 며칠을 보냈다. 오늘 점심 때쯤 ‘혹시나’하고 서재를 둘러보았다. 뜻밖에 한쪽 구석에 있는 한 책이 눈에 확 띄었다. 목차를 훑어보니 아 이게 웬 일인가. 그 프로젝트에 관해 연구를 잘 해 놓은 논문이 있었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뜻밖의 큰 수확이었다. 정독해보니 고민스러웠던 많은 부분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도 보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수행 일련의 계획에 의해 그 사업과 관련된, 청주의 한 현장을 방문하고자 하였다. 마침 후배인 L수필가가 그곳에서 사는지라 연락을 했더니 우연치 않게도 그 현장의 실무 책임자와 막역한 사이라면서 그분을 우리에게 소개해 준다고 하였다. 일이 술술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분과 다음 주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기도의 즉각적 응답의 예는 성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다니엘의 기도가 다니엘 9장 3절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23절에서 “네 기도가 시작될 즈음에 명령이 내렸다”라고 하였고, 마태복음 8장에는 문둥병자를 즉시 회복시키는 말씀이 나온다. 또, 걷지 못하는 사람이 다리와 발목 고침을 얻은 말씀도 있다(행 3:7). 5만 번의 기도 응답을 받은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조지 뮬러 목사의 예도 있다. 추운 겨울 그가 돌보는 고아원에 보일러가 고장이 나자 봄 날씨로 변화시켜 달라고 기도한 결과, 영국 전체가 봄 날씨로 변하는 은혜를 허락해 주셨다.
기도의 응답에는 ‘Yes’만 있는 것이 아니라 ‘Wait’, ‘Another’, ‘No’가 있다. ‘Wait’는 나중에 응답을 주시는 경우다. 기다리며 기도하면 하나님이 가장 좋은 시간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응답해주신다. 외우(畏友) L군의 전도는 십 년째 기도 중이고, T국의 C선교사를 위한 중보기도-선교를 위한 공간 마련-도 팔 년을 넘어선다. 언젠가는 꼭 기도의 응답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편, 하나님께선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응답을 주실 때가 있다. ‘Another’라고 한다. 평생 공무원의 삶을 살고자 했던 나의 길을 교사, 교수·학자의 길로 인도하신 예이다. 안 된다고 응답을 주시는 ‘No’도 있다. 하나님께서 “그건 안 돼, 내 뜻이 아니야”라고 말씀하실 때다. ‘No’, 글쎄 내 경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도의 분량이 찰 때까지 기도하되, 하나님의 뜻을 잘 헤아리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이번에 기도의 응답을 이렇게 빨리 해 주실 줄은 몰랐다. 이렇게 고마우신 하나님을 생각하면 피곤한 날이어도, 일정이 타이트한 날도 어김없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한 새벽에 기도하라. 기도의 사람들은 새벽의 사람들이었다. 새벽에 도우시는 하나님을 붙들라.’ 조지 뮬러의 말을 되새겨 보며 오늘도 찬 공기를 가르며 새벽기도회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