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미리 전화와 카톡으로 암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을 저는 알고 있었구요. 개척한 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의 중대형 교회로 멋지게 성장시키고, 지역 사회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교회 목사님이십니다. 은퇴를 몇 해 앞두고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던 겁니다.
“병원에서 뭐래요? 그동안도 아프셨을 텐데 증상이 없었어요?”
“피부암이래요~ 사실 동네 피부과 세 군데를 일 년 이상 다녔었거든요.”
“목사님~ 그냥 무좀 후에 곰팡이에요. 이 약 드시고 처방된 약 바르시면 괜찮아질 겁니다.” 이런 식으로 병원에서 말하다 시간만 지나갔고요. 이 병원 저 병원 다녔지만 비슷한 말만 해서 얼마 전 대형병원에 갔답니다.
“곰팡이 균 같은데요. 그렇지만 조직검사 한번 해볼게요” 해서 나온 진단이 피부암이었습니다.
“병원에서 피부암이래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병원에서 나오면서 내 보험담당 장로님에게 전화를 했어요. 장로님 암 걸리면 보험금 얼마나 나와요?”
“네~ 암도 종류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집니다.”
“나, 피부암이라는데요.”
“네~ 피부암은 별로 돈이 나오지 않는데요.”
이 목사님은 피부암 진단을 받고, 교회 스타리아가 두 대 필요해서 그 보험금으로 교회 차를 살 생각이셨다구요. 그런데 막상 피부암 보상금은 차량을 사는데 턱도 없는 금액이었다나요? 주일 설교 시간에 이 말씀을 하셨답니다. 그런데 성도들이 순식간에 천만 원도 오백만 원도 백만 원도 헌금한다고 해서 금방 차량 두 대를 사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목사님답습니다” 했습니다.
그분은 피부암이 걸려도 교회 차를 먼저 생각하는 게 당연한 목사님이시거든요.
“내가 아파보니까, 이게 말이에요. 교회 성도들도 목사 잘 만나야 하구요. 아픈 사람들도 좋은 의사 잘 만나야 하겠더라구요” 하며 껄껄 웃으셨습니다.
암에 걸려도 보상비로 교회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목사님은 오늘 이 시대에 별로 많지 않은 어수룩함을 갖고 계셨습니다.
“나 내일 수술이에요, 요즘 병원 심방 못 오는 거 알죠?”
“그냥 생각나면 기도나 해주세요. 그리고 다 나으면 밥 한번 먹자구요.”
영악하지 못한 바보 목사님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습니다.
요즘 이런 목사님 보기 힘든데요, 그 교회 성도들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