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 목회자로 명문대 학생들을 상대로 7년간 제자훈련을 한 사역자가 탈진했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좌절과 미래 사역에 대한 절망에 의욕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그는 대구동신교회에 온 지 두 달이 채 안 되어서 생명과 변화의 능력이 교인들에게 나타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생명사역 제자훈련이 일반 제자훈련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총신 신대원 교수시절 옥한흠 목사의 사랑의교회에서 2년간 격주로 설교를 한 적이 있었다. 사랑의교회에 갈 때마다 교인들이 말씀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순장 수련회도 요한복음 14~16장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원본 성령론’으로 인도했다. 강의가 다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순장들이 “말씀을 더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하면서 붙잡았다.
사랑의교회 순장은 거의 교역자급으로 기쁘게 충성하고 있는 모습도 보았다. 새벽 3시라도 순원들이 요청하면 달려간다는 고백에, “와, 이럴 수가 있을까!” 싶었다. 후에 목회한다면 사랑의교회 제자훈련 목회를 모델로 삼겠다는 다짐을 했다.
대구동신교회에 20여년 목회하는 동안 진지한 교인들은 거의 다 생명의 변화를 체험했다. 이런 질적인 변화와 함께 교세 10배 그리고 예산 14배의 양적 성장도 있었다. 이것이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 목회를 따라갈 때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열매였다.
옥 목사에게 이렇게 빚진 자이지만, 옥 목사의 제자훈련을 신학자의 시각으로 볼 때 조금 아쉬운 점이 보였다.
예수께서는 천국이라는 넓은 시야로 제자훈련을 하셨지만, 옥 목사는 그중에 ‘어떻게’ 즉 전략에 제한된 느낌이 든다. 성령론과 악령론도 약하다. 평신도와 목회자의 관계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천국 복음의 포괄적인 콘텐츠(산상보훈, 선교훈화, 천국 비유, 공동체 훈화, 종말훈화 등)를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말씀은사와 봉사은사의 투-트랙(two-track, 벧전 4:11) 중 한 트랙 즉 말씀은사만 보인다. 제자훈련을 받으면 거의 다 순장과 교사로 섬기기 때문이다. 성경 지식과 소그룹 지도 테크닉전수로 교만한 사람을 만들 가능성도 엿보인다. 예수 그리스도의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마 11:29)을 강조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나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천국 생명사역 제자훈련’으로 더 다가가려고 애를 썼다.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후 예수의 마음부터 배우고 익혀 예수의 삶과 사역을 본받는 제자훈련. 이것이 생명사역 제자훈련이다.
고든 맥도날드(Gordon Mac Donald)는 5부류의 교인들로 나누었다.
VRP (Very Resourceful People)
: 자원이 매우 풍부한 사람들
VIP (Very Important People)
: 매우 귀한 사람들
VTP (Very Trainable People)
: 훈련을 매우 잘 받는 사람들
VNP (Very Nice People)
: 매우 좋은(?) 사람들
VDP (Very Draining People)
: 힘을 쪽쪽 빼는 사람들
생명사역 제자훈련은 ‘힘을 쪽쪽 빼는 사람들’(VDP)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VDP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면 지도자가 힘이 빠진다. 생명사역 제자훈련은 교회에 왔다 갔다 하는 ‘매우 좋은(?) 사람들’(VNP)에게 은혜를 끼쳐 ‘훈련을 잘 받는 사람들’(VTP)로 만들어서 ‘매우 귀한 사람들’(VIP)과 ‘자원이 풍부한 사람들’(VRP)로 끌어올리는 훈련이다.
소수(사 60:22, 골 1:28~29)에게 초점을 맞추어 온유 겸손하신 예수의 생명을 체험하고 예수의 생명이 흘러가게 하는 생명사역 제자훈련이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사역 제자훈련이다. 이것을 하면 반드시 질적 양적으로 놀라운 열매를 맺는다.
대구동신교회 원로목사
백석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