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김장 1,500포기, 작년에 김장 1,300포기를 했어요.
친구 목사님들과 언젠가 교회 식당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그렇게 말한 게 자랑질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니, 뭐라구요? 1,000포기를 넘게 해요?”
“우린 행복한 식당도 있잖아요~”
“아니, 그래도~~ 우와! 우리 교회는 김치 사 먹는데요~”
“우리 교회는 외부에서 식당 업체가 들어와서 주일 운영해요.”
대부분 규모가 있는 교회들이기 때문에 주일날 식사도 몇백 명 이상 먹는 교회들이라, 코로나 이후 주일 식사를 교회에서 하기가 정말 어려운 듯했습니다.
지난 주일 식당을 운영하시는 장옥기 권사님을 필두로 교회에서 냉면을 준비했더라구요.
37도가 넘는 그 더운 날, 식당 주방은 완전 불이 났습니다.
우리가 먹는 냉면이야 얼음도 있고 쉬워 보이지만 몇백 명의 냉면을 끓여야 하는 주방은 장난 아닙니다. 계속해서 센 불로 물을 끓여야 하고 냉면을 삶아내야 하기 때문에 선풍기를 틀고 에어컨을 아무리 세게 틀어놔도 소용이 없습니다. 사우나 갈 필요가 없다니까요.
정말 사우나 가고 싶으신 분들은 주일 점심시간에 교회 식당으로 오시면 됩니다.
잠시 주방에 들어갔더니 여집사 두 분이 교회 대형냉장고에서 나오다가 저와 마주쳤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계면쩍어 그런지, “목사님~~ 식기세척기 앞에 있어 보세요. 너무 더워서 잠시 들어가 식혔는데, 목사님과 딱~! 마주쳤네요” 하더라구요.
10명 넘는 식당 봉사자들은 그 더위에도 덥다고 꾀부리지 않고, 성도들 섬기는 일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목요일은 광복절이었는데요.
교회 1층 카페 제빙기 연결선이 오래돼서 터져 온통 물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교회에 잠시 들른 김수영 권사님이 발견하고 연락했구요.
교회에 가보니, 백철용 장로님 부부를 필두로 교역자들, 아동부 교사들 그리고 청년들이 와서 연신 1층 카페와 지하 아동부 교사실과 부속실에서 물을 퍼내고,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덥다, 덥다’ 연신 우리 입에서 그런 말들이 나오는 날씨인데요. 뭐 이런 일쯤은 아무것도 아닌 듯 그저 담담히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큰일도 여럿이 모여 덤벼드니까, 그저 뭔 일 있었냐는 듯 금세 정리가 되었구요.
영적으로 큰 교인, 대단한 재벌이 있는 교회가 아닌 개미군단이 모여 있는 듯한 우리 교회이지만 무슨 일만 만나면 먼저 발견한 성도가 내 일처럼 달려오는 교회가 우리 교회인 듯합니다. 그래서 더 단단하구요. 그래서 더 재미진 교회 말입니다.
저는 이 교회 담임목사인 게 그저 감사할 뿐이지 말입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