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회적 재난 ‘폭염’, 교회가 온정 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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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회적 재난 ‘폭염’, 교회가 온정 전해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8.14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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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더위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지구촌 나라 곳곳에서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역 온도가 50℃에 육박한 멕시코 보건당국은 올해 6월 한 달에만 폭염으로 10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인도에서는 최고기온 40℃가 넘는 폭염으로 사흘간 9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이달 11일 기준 누적 온열질환자가 2,300명에 육박한다는 집계 결과가 발표됐다. 전국적으로도 온열질환자가 치솟는 가운데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현장 노동자들은 불볕더위와 더욱 힘든 사투를 벌인다.

정부는 폭염 대비 가이드라인으로 가장 더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작업을 중단하거나, 가급적 쉬라는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생업 전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노동자들에게는 쉼은 사치일 뿐이다.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eineberg)는 1995년 7월 발생한 ‘시카고 폭염 대참사’로 73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을 분석했다. 그는 2018년에 발간한 저서 <폭염사회>에서 각 지역 독거노인의 수와 빈곤층 수 등 인구통계학적 요소와 기후재난이 정확히 연동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폭염 사망자의 결정적 원인은 폭염 보다는 낙후된 지역 환경에 따른 가난과 고립이라는 것이다. 그는 책에서 폭염은 기후재난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특정한 환경에서 더욱 심각해지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단칸방에 선풍기 하나를 틀어놓고 지내야 하는 쪽방촌 가구에게 이번 폭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거리를 배회하는 노숙자들도 여름철 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교회는 무더위쉼터 공간을 제공하고 주민들에게 시원한 음료수와 커피, 다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 총회는 폭염에 시달리는 노숙인들의 여름나기를 위해 생활필수품이 담긴 ‘사랑의 백팩’을 제공하며 소외된 이웃을 섬겼다. 올여름 모두가 덥지만, 누군가는 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낸다. 기후가 생존권과 직결되는 시대, 소외된 이웃을 향해 시선을 돌릴 때 이 사회의 섬김과 나눔의 온도 역시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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