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인도하시는 길을 걷고자 청계산 자락에서 밤마다 부르짖던 시절이 있었다. 백석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할 때였다. 마지막 학기 학우들과 올라간 금요일 밤, 하나님께서는 세미한 감동으로 응답해주셨다. “나는 이 땅의 청년들을 위해 네가 군 선교 현장에 가길 원한다.”
서울에서 부교역자의 자리를 맡았지만 곧 정리하고 강원도 횡성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여단급 주둔지에 자리한 기드온교회를 맡게 됐다. 사실 당시에는 군대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터라 몇 년 전 전문대학원에서 수료한 기독교교육학 석사학위 논문을 쓰기로 작정했다. ‘기독교 군인신자 양육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며 군 선교의 기본을 알아갔고 ‘군 선교 개론’이라는 교양과목을 통해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하지만 직접 마주한 군 선교 현장은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전투를 배우고 훈련을 받는 용사들, 그런 용사들을 바라보는 나 역시도 사역지에서 나만의 전투를 치러야 했다. 쉽지 않은 사역이었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 여기며 기도하던 중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남편이 부대 근처에 집을 짓고 횡성으로 이사를 마쳤다.
사역 초기 부모님께 받은 상처로 다섯 번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용사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상담해달라는 단장님의 요청에 용사와 마주하게 됐다. 막상 마주하니 “야, 죽긴 왜 죽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 간절히 기도하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용사는 완전히 변해 무사히 만기 전역을 마쳤다. 이후 “목사님이 기도해 주셔서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번지며 부대와의 관계를 지금까지 순적하게 이어올 수 있었다. 내가 이 자리를 지키기만 해도 하나님께서 일하신다는 은혜를 경험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