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자살유족의 권리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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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자살유족의 권리운동
  •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 승인 2024.07.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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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조성돈 교수

가족 중에 누군가 자살을 한다면 그 충격은 너무나도 크다. 처음에 슬픔에서 시작하고,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후에는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그렇게 간 그 가족에 대한 원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유가족은 아주 복잡한 애도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깊은 우울 감 속에 빠진다. 연구결과에 보면 유가족들은 보통 사람에 비해 자살위험이 8배가 높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서 일부는 자살이 유전이 아니냐는 생각까지 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보면 유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가족의 자살위험이 높은 이유가 있다. 일단 가족들은 기질이 비슷하다. 성격상 비슷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경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자살 원인은 이 가운데 있는데 이 둘이 비슷한 거다. 그래서 다르게 보면 가족들도 자살의 위험이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교회는 상당히 잔인해질 때가 있다. 가족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망연자실해 있을 때 유가족들은 하나님의 위로와 교회 공동체의 위로가 절실하다. 그런데 교회는 이때부터 다툼을 시작한다. 자살한 자가 구원을 받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자의 장례를 교회에서 치러줘야 하는지에 대한 다툼이다. 그 과정을 보면서 많은 사람은 교회를 떠난다. 유가족들은 그렇게 교회를 떠나고 하나님마저 떠나게 된다.

자살유가족은 자살의 피해자다. 너무나도 큰 충격과 위험 가운데 던져진다. 그런데 사회는 그들을 가해자로 만든다. 좀 더 잘해 주지, 자살의 신호가 있다던데 그것도 몰랐냐, 남편을 잡아 먹었다, 아이를 너무 쪼아댔다…, 등등의 이야기가 유가족을 자살을 이끈 가해자로 만든다.

나는 한국사회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 참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자살로 힘든 가족의 면전에서 저런 저주의 말을 거리낌 없이 내어 뱉는다. 그들을 향해서 당사자는 지옥에 갔다고 한다. 그리고 장례마저 거부한다.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서 라이프호프가 자살유가족 단체와 함께 일을 내기 시작했다. 맨날 죄인처럼 숨어지내던 유가족들을 끌어냈다. 그들을 매스컴 앞에 세웠다. 대한민국에서 자살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서 가족들이 나섰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순회포럼을 한다. 포럼 제목은 ‘자살, 말할 수 있는 죽음’이다. 자살을 뒤에서 쉬쉬하는 것이 아니라 대어놓고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유가족들이 직접 자신을 공개해서 강연도 하고, 유가족 대담도 한다. 이건 정말 획기적인 일이다. 자살유가족이 이렇게 공개적인 활동을 한다는 것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이들이 나선다. 지역으로 가면 현지 출연자를 섭외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사회적 편견을 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올해부터는 유가족 권리를 위해 법 개정과 자살유족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한다. 당사자인 유가족들이 나서서 자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실제적인 법개정을 이끌어서 사회와 정부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통해 유가족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앞장서도록 하려 한다. 숨어서 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앞에 서서 돌을 던지지 말라고 할 생각이다. 나는 자살유가족이 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약자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매일 죽음 앞에 서 있다. 이들을 향해 우리 눈을 돌리는 것이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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