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하나님은 어머니 같이 ‘자애로운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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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하나님은 어머니 같이 ‘자애로운 아버지’다
  • 박찬호 교수(백석대 조직신학)
  • 승인 2024.07.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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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 _ 64) 하나님의 모성애적 사랑
박찬호 목사
박찬호 목사

여성신학자들은 교회 안의 잘못된 언어가 여성차별을 조장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지금 여성 평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것이 정말 교회 안에서 여성 차별을 조장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은연중 남성 우월주의가 교회 안에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나님 아버지”라는 표현은 분명 하나님께서 남자라는 의미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 아버지”라는 표현을 하나님은 남자라는 식으로 이해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남자가 하나님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비성경적인 편견에 불과하다.

우리는 하나님을 어머니라 부르면 안 된다.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라 불러야 한다. 그 이유는 성경이 인격적인 유비의 언어들을 사용하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모종의 요구를 하시는 분으로 묘사하기 위함이었으며 인격적인 언어 중에서도 남성적인 유비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초월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라는 아흐테마이어의 설명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아버지’가 어떤 아버지인지에 대해 교정받을 필요가 있다. 왜곡된 부성(fatherhood)의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기에 우리는 동일하게 ‘아버지’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각자의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심상을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였던 종교개혁자 루터는 하나님 아버지를 부를 때 마귀를 연상하곤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어머니라 부를 수는 없지만 성경의 하나님 아버지는 어머니와 같은 모성애가 있으신 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본문이 이사야 46장 3~4절이다. “야곱의 집이여 이스라엘 집에 남은 모든 자여 내게 들을지어다 배에서 태어남으로부터 내게 안겼고 태에서 남으로부터 내게 업힌 너희여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내가 업을 것이요 내가 품고 구하여 내리라” 유명하기로는 이사야 49장 15절이 이보다 더할 것이다. “여인이 어찌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칼빈은 위에서 인용한 이사야 46장 본문에 대한 주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들을 어머니의 태에서 태어나 품에 안겨 다니는 어린아이처럼 자비롭게 양육하신다는 단순한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들이 태어날 때부터 그들의 아버지요, 유모로서 역사하셨을 뿐 아니라 영적으로도 ‘그들을 낳았기’(약 1:18) 때문에 나는 이 말씀의 의미를 저희가 하나님의 태에서 새 생명과 영원한 기업의 소망으로 태어났다는 견해로 본다 해도 반대하지 않는다. 만일 하나님께서 어느 곳에서든지 ‘아버지’(렘 31:9; 말 1:6)라 불려짐과 또 이 칭호가 하나님께 더욱 적절한 칭호임을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나는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특별하신 사랑을 묘사할 말이 없다고 본다. 언어란 한정되어 있고 다양하기 때문이다.”(존 칼빈, 『구약성경주석 14, 이사야III』, 441). 흥미로운 것은 칼빈 시대에도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것을 반대한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칼빈은 그 부분에 대해서 언어가 지니는 한계에 호소하고 있다.

하나님을 어머니로 부르자는 여성 신학자들의 주장은 우리가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독단적인 주장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통하여 우리는 신학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신학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유비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경에서 사용된 언어들을 함부로 바꾸고 자의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시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또한 자녀의 육아에 깊이 관여하는 아버지이심을 여러 구절을 통해 말씀하고 있다. 즉 하나님은 어머니와 같은 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성경은 어디에서도 하나님을 어머니라고 직접적으로 부르고 있지는 않다. 이 점은 초기의 여성 신학자들이 혼동했던 오류의 한 가지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하나님에 대한 여성적인 이미지들의 성격에 대하여 여성 신학자들은 충분한 반성을 하지 않은 채 하나님을 어머니라 주장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하나님을 우리는 직접적으로 어머니라 부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성경의 하나님이 마치 어머니와 같은 자애로운 아버지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한 바른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여성 신학의 기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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