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온오프라인 넘나드는 학교폭력, 그냥 ‘장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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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온오프라인 넘나드는 학교폭력, 그냥 ‘장난’이라고?”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6.04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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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죽음에서 생명으로 (17) 진화하는 ‘학교폭력’ 현주소

초중고 학생 학교폭력 피해율, 10년 만에 ‘최고치’ 기록
사이버상 ‘정서적 폭력’ 증가…수법도 점점 ‘지능적’으로
피해자 10명 중 2명은 ‘미신고자’…‘방관자’도 2차 가해자

 

#. 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같은 학교 가해자들은 A양을 따돌리고 옷으로 가려지는 신체 부위만 골라 무차별 구타했다. SNS에서도 A양을 향한 모욕적인 언사가 쏟아졌다. 매일 밤낮으로 지속된 괴롭힘으로 공포에 떨어야 했던 A양은 결국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싸늘한 주검이 돼서야 학교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국민적 공분을 산 모 초등학교 학교폭력 사건의 전말이다.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파멸시키는 학교폭력은 갈수록 악랄하고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형언조차 힘든 끔찍한 만행으로 피해자와 가족까지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일말의 반성은커녕 제대로 된 처벌조차 받지 않는 가해자의 소식들로 미뤄볼 때,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대응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더 안타까운 일은 학교폭력을 지켜본 적잖은 학생들이 방관을 택하며 간접적으로 가해에 가담하는 현실이다. 피해자의 외침이 묵살된 가운데 목격자들은 심각한 학교폭력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키맨으로 지목되지만, 상당수가 알고도 모른 척넘어가는 실정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와 사회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학교폭력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고도화 다양화된 학교폭력
피해입증과 가해처벌 난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현행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에 따른 학교폭력의 정의다. 이 법률에 근거해 교육부가 가장 최근 발표한 <2023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전체 피해응답률은 1.9%, 59천명으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매년 2회에 걸쳐 관련 공식 조사를 펼쳐왔다. 이번 조사는 16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384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가해응답률은 1.0%20221차 조사 대비 0.4%p 증가했다.

학교폭력의 피해 유형으로는 언어폭력(37.1%) 신체폭력(17.3%) 집단따돌림(15.1%)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강요(7.8%) 사이버폭력(6.9%) 스토킹(5.5%) 성폭력(5.2%) 금품갈취(5.1%)가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형태와 수법이 나날이 다양해지는 것으로 해석한다. 장신대 목회상담학 이상억 교수는 과거 신체적·물리적 폭력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심리적 폭력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정신적인 폭력은 상처와 흉터 같은 직접적인 증거수집이 어려워 수사와 처벌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온라인상 사이버폭력이 늘어나는 현상도 주목할 대목이다. 학교폭력예방NGO 푸른나무재단이 올해 2월 전국 초중고교생 7,200여명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사이버폭력은 역대 가장 높은 31.6%를 기록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195.3% 대비 무려 6배 오른 수치다.

이 교수는 팬데믹 기간 대면 수업이 줄고 스마트폰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신종 사이버불링사례가 급증했다고 풀이했다. 사이버불링이란 온라인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가리킨다.

일명 떼카’(단체 대화방에서 피해자를 초대해 욕설 자행) 또는 방폭’(피해자만 남기고 한꺼번에 퇴장) 등이다. 스마트폰 데이터를 강제로 빼앗고, 익명의 커뮤니티에서 피해자를 사칭해 정보를 유출하거나 음란물에 피해자 얼굴을 합성해 게시하는 경우도 사이버불링에 속한다.

이 교수는 코로나 이후 학교폭력은 관계를 이용한 비대면 폭력으로 고도화·지능화됐다사이버폭력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아 피해자를 24시간 고통으로 빠트린다. 그럼에도 피해입증이 모호하고 가해자를 찾기 힘들어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의 이유없는 학폭
도움 요청해도 외면당해


학교폭력은 청소년뿐 아니라 초등학생사이에서도 버젓이 자행돼 충격을 안긴다. 이번 교육부 통계에서 학급별 피해응답률은 초등학생이 작년보다 0.1%p 증가한 3.9%로 제일 높았다. 다음 중학생(1.3%), 고등학생(0.4%) 순이었다. 가해응답률 역시 초등학생이 2.2%1위였다.

그렇다면, 가해자들이 꼽은 학교폭력의 주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물음에 대다수 학생들은 충격적이게도 별다른 이유가 없다”(34.8%)고 답했다아울러 피해학생과 오해와 갈등’(12.1%), ‘피해학생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8.8%), ‘화풀이 또는 스트레스’(8.0%) ‘강해 보이려고’(3.8%) 등을 꼽은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학교폭력의 위험성이 간과되는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폭력을 장난으로 여기는 문화도 꼬집는다. 미성숙한 아이들이 또래집단에 편승하기 위해 가해 집단에 동조하면서, 그저 장난이었다고 합리화하는 것. 일부 초등생 사이에서 촉법소년은 아무리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저연령대에서 학교폭력이 자행되는 원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학교폭력은 하나의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평균 3~4개 종류의 폭력이 복합적으로 가해지는 만큼 폐단은 극심하다. 푸른나무재단의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 조사>에 의하면 피해자 1명당 경험한 폭력은 20181.8개에서 20223.8개로 뛰었다.

피해자들은 등교를 거부할 만큼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 중 77.9%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자살과 자해 충동을 느낀 학생도 38.8%, 학교폭력 피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학생도 35.4%였다.

이들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를 제일 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오히려 가해학생이 학교폭력 조치에 불복하는 불복절차 청구건수는 많아지고 있다. 가해자가 전학과 퇴학 등 징계를 받는 비율도 감소하는 실정이다.

부실한 피해자 보호체계로 선뜻 신고를 망설이는 학생도 적지 않다. 물론 피해자 10명 중 9명가량은 주위에 SOS를 보냈지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해 홀로 견뎌야 했다하지만 10명 중 1~2명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사건 해결에 대한 기대를 상실해 미신고자로 남는 형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목격자의 역할도 함께 강조한다. 푸른나무재단은 보고서에서 학교폭력의 특징 중 하나는 여러 사람이 둘러싸고 보는 중인환시에 벌어진다. 주동자의 과시욕 때문에 학교폭력은 늘 목격자가 존재한다, 이들을 학교폭력 예방의 주요한 보호요인으로 지목했다.

더욱이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는 학교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다만 목격자들이 방관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의식 개선이 요구된다.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들 중 모른 척했다26.7%로 가장 많았다. 부모나 교사에게 알린 비율은 18.8%로 결국 10명 중 2명 내외만 용기를 낸 것이라며 학교폭력을 눈 감는 이유는 동조하지 않으면 자신도 배척당할까 봐’ ‘보복이 두려워’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도와줄 것 같아서등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폭력에 직접 가담하지 않더라도 방관도 간접적인 가해 행위임을 깨닫고, 학교폭력 방어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지도가 필요하다고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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