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하나님께 돌아오도록 이끌지 못하는 ‘후회’는 ‘회개’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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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하나님께 돌아오도록 이끌지 못하는 ‘후회’는 ‘회개’와 달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4.05.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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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33) - “그들은 돌아오나 높으신 자에게로 돌아오지 아니하니” (호 7:16)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하나님은 회개하는 자를 용서하고 구원해 주십니다. 그러나 구원은 스위치를 켜면 작동하는 기계같은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용서받을 자격이 없음을 아는 사람만이 속죄의 은혜를 누릴 수 있다는 역설에 복음의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나 같은 것이 어떻게 구원받을까?”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했던 세리는 용서받았지만, 주위의 죄인들을 경멸하면서 “나는 저런 죄인들과 다른 사람입니다”라며 가슴을 내밀던 바리새인은 구원받지 못했습니다(눅 18:9~14). 불행하게도 오늘날은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가 ‘값싼 은혜’라고 불렀던 왜곡된 관념이 교회를 질식시키고 있습니다. 값싼 은혜에 대한 그의 설명은 80여년 후인 오늘을 그대로 내다본 듯합니다. “값싼 은혜는 우리 교회의 치명적인 적이다. 오늘 우리의 싸움은 값비싼 은혜를 얻기 위한 싸움이다. 값싼 은혜는 싸구려 은혜, 헐값의 용서, 헐값의 위로, 헐값의 성만찬이다. 그것은 교회의 무진장한 저장고에서 몰지각한 손으로 생각 없이 무한정 쏟아내는 은혜이다. 값싼 은혜는 우리가 스스로 취한 은혜에 불과하다. 싸구려 은혜는 그리스도를 본받음이 없는 은혜, 십자가 없는 은혜,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 곧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무시하는 은혜에 불과하다.” 값싼 은혜가 값없는 은혜를 대치했을 때 독일교회는 진리의 길을 벗어나 증오와 차별, 그리고 끔찍한 범죄의 공조자가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값싼 은혜라는 질병은 중세의 흑사병과 현대의 코로나19보다 더 은밀하고 강력하게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삶이 주는 기쁨을 체험한 적 없는 이들,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고 절망하고 부르짖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피상적인 은혜를 기대하며 평안을 외칠 때 교회는 나락으로 향하기 마련입니다. 하나님께서 자기들을 용서하고 회복시켜주시리라고 외치는 이스라엘을 향해 “너희의 인애가 아침 구름이나 쉬 없어지는 이슬 같다”며 질책하는 선지자의 마음은 냉소가 아닌 안타까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6:4). 이스라엘이 깨닫지 못하고 돌아오지 않자 하나님은 생각할 기회를 주시기 위해 그들에게 고난을 허락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고난도 굳세게 견뎌냅니다. 삶의 신산함에 어깨가 처지고 허리가 꺾이면서도 하나님을 찾지 않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 여유로움은 결국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교만에서 나옵니다. “이스라엘의 교만은 그 얼굴에 드러났나니 그들이 이 모든 일을 당하여도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오지 아니하며 구하지 아니하도다”(7:10) 후회는 회개와 같지 않습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이끌지 못하는 후회는 죄를 버리고 이기도록 우리를 돕지 못합니다. 이스라엘이 돌아오긴 했지만 “높으신 자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니 얼마나 기막힌 일입니까(7:16).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그들의 행선지는 도대체 어디였을까요? 바로 실체가 없는 종교성의 외피였습니다. 웅장한 성전에 모여 장엄한 음악과 정교한 예전 속에 묻힌 사람들. 자기가 정말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은혜를 체험한다고 믿었지만, 그 마음 속에서 하나님과 진솔한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그런 종교를 지탱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위선자라고 비난하기에는 오늘 우리도 피상적 종교생활로 영혼의 갈급함과 외로움, 죄의식과 가책을 달래가며 살아가지 않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바리새인을 꾸짖으신 예수님의 말씀에 익숙한 나머지 그들이 당대에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들이었던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 그분께로 돌아와야 합니다. 하나님이 보내신 이를 믿는 믿음만이 우리를 살리기 때문입니다.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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