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강원도 속초에 평균 연령 90세가 넘으신 원로목사님들과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도우미로 함께 가신 목사님 부부도 70세가 넘으셨구요. 도우미 목사님들은 “저희가 다른 곳에 가면 대부분 어른 대접을 받아왔는데, 여기선 완전히 꼬마가 되니 너무 좋습니다”라며 깔깔 웃으셨습니다.
원래 17명의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가기로 하셨는데, 막상 출발하려니 여기저기 아프신 분들이 계시고, 갑자기 심장 때문에 누우신 분도 계셔서 총 12명이 다녀왔습니다.
제 친구 목사의 아버님이 은퇴 목사님이신데 올해 연세가 92세가 되셨습니다. 아버님과 함께 목회의 길을 걸어오신 비슷한 또래의 목사님들과 교제해오신 지도 50년이 넘었다 하시구요, 다섯 가정이 한 달에 한 번 점심모임이 있으시다네요.
그 목사님들을 우연히 만나 식사대접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 우리 교회를 위한 기도를 부탁하면서, 주차장 부지에 대해서도 부탁드렸거든요.
“이 목사님~ 주소를 주세요~”
“네~~?”
“정확한 주소를 줘야 우리 늙은 목사들이 구체적으로 기도할 것 아니겠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주소를 드린 적도 있었구요.
올해 봄 일본 온천으로 모시기로 약속했는데요. 비행기표를 예약하려고 연락드렸더니, “이 목사님~ 미안한데 일본은 어렵겠어요. 괜히 겁도 나고, 여러 사람 수고 하게 만들 것 같아 간 걸로 하자는 게 친구들 의견이에요” 하셨습니다.
그래서 속초로 여정을 바꾸게 된 거구요. 속초에서 이튿날 아침 밖에 나가려는데, 저와 함께 주무신 94세 목사님이 친구 목사님에게~ “약~ 약 챙겨~~” 하시더라구요.
“응~ 다 챙겼어~~”
“다 잘 챙긴 거지?”
“응, 다 챙겼어~ 걱정 마~~” 하시더라구요.
노 목사님들과 함께 간 설악산은 3월이었는데요. 당시 온 산에 눈이 가득했습니다. 겨울에 갔어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는데요. 숙소도 창문만 열면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었구요. 식사도 끼니마다 얼마나 잘 드시던지요~
“이 목사님~ 내 생애 최고의 여행이에요. 언제 설악산을 다시 올 수 있겠어요~ 정말 고마워요” 하시더라구요.
몇몇 목사님들과 함께 두 번 온천욕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제가 그 옛날 아버지 등을 밀어 드리듯 노 목사님들의 등을 밀어드렸습니다.
“괜찮아요~” 하시면서도 “쉬~원하네~ 그 밑에, 그래~ 거기가 손이 잘 안 가요~” 하시더라구요. 찬조한 성도들이 계셔서 더 풍요롭고 저도 덩달아 행복한 여정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