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과학 이론에 대한 반대를 목표로 삼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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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은, 과학 이론에 대한 반대를 목표로 삼아선 안 된다
  • 박찬호 교수(백석대 조직신학)
  • 승인 2024.05.2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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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_58) 드라마 삼체와 빅뱅 이론
박찬호 목사
박찬호 목사

최근 시즌1 8부작으로 개봉된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The Three-Body Problem)는 2006년 중국의 류츠신(1963~ )에 의해 쓰여진 SF소설을 드라마로 제작한 것이다. 기본적인 착상은 지구로부터 4광년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행성에는 지구보다 훨씬 선진문명을 보유하고 있지만 태양계와는 달리 태양이 3개인 곳이기에 문명의 융성과 멸망을 반복하는 까닭에 지구를 침공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넥플릭스 ‘삼체’의 맨 처음 장면은 1966년 중국의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물리학자 예저타이를 처형하는 장면이다. 그의 죄명은 이른바 상대성이론을 가르쳤다는 것인데 아인슈타인이 미 제국주의에 부역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빌미가 되고 있다. 역시 물리학자인 예저타이의 아내가 불려 나오고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반혁명적인 빅뱅이론을 가르쳤다고 증언한다. 빅뱅이론을 통해 시간의 시작이 언제였는지를 논했음을 지적하자 옆에 있던 여성홍위병은 “시간의 시작 전(前)”이라고 묻고 예저타이의 아내는 빅뱅 이론이 “빅뱅 이전에 무엇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게 되고 신이 존재하는 가능성을 열어주게 된다고 몰아붙이게 된다. 결국 예저타이는 ‘삼체’의 주인공인 딸 예원제의 눈앞에서 살해당하고 만다. 이 예원제는 지구에서 삼체인들의 지구침공을 돕는 사람이 된다.

빅뱅이론은 1931년 가톨릭 사제이자 물리학자였던 벨기에 르뱅 대학 조르주 르메트르(Georges Lemâitre, 1894~1966)가 맨 처음 주장하였는데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는 가설로 제시되었으며 에드윈 허블(1889~1953)은 관측을 통해 이를 입증하였다. 처음 빅뱅이론이 주장되었을 때 일부 물리학자들은 종교적인 심상을 과학에 끌어들이는 것이라 하여 반대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르메트르 자신 또한 최대한 자신의 성직자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하지만 빅뱅은 마치 기독교에서 말하는 절대자의 천지창조, 곧 창세기의 “빛이 있으라”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있어서 과학계로부터 심정적인 저항을 상당히 받았다고 한다.

이상은 빅뱅이론에 대한 나름의 설명이다. “팽창하는 우주”는 하나의 관찰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것을 설명하는 가설이라고 할 수 있고 그렇게 제시된 가설이 우주배경 복사 등의 여러 가지 과학적인 관측을 통해 입증이 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신의 입자(God particle)라고 하는 힉스 입자(Higgs boson)가 발견되어 빅뱅이론이 힘을 얻기도 하였다. 힉스 입자는 1964년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Peter Higgs, 1929~2024)가 그 존재를 예측하였는데 무려 50년의 세월이 흘러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발견하였고 2013년 힉스는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는 처음 “우리가 힉스 보손을 발견한 것 같은데 맞는지 확인하는 중”이라고 발표하였고 7개월이 지나 언론에 발표할 때는 99.99% 힉스 입자인 것이 분명하다고 확정 발표하였다. 과학계에서 100%를 단정하지 않는 신중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조직신학 강의에서 길게 빅뱅이론을 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과학 이론에 대한 반대하는 것을 신학의 목표로 삼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지동설이 등장하였을 때 교회는 처음 별다른 생각이 없다가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강하게 반대하였는데 결국은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갈릴레오 재판(1633년)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교훈이다. 반대할 일이 아니었는데 괜한 반대를 하였다가 체면을 구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생물학이나 우주론은 100% 확정적으로 입증되기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함부로 무시하는 것은 바른 자세는 아닐 것이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물러서서 과학자들의 토론을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사사건건 문제를 삼는 자세는 좋지 않다. 나로서는 초기 한국창조과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였지만 지금은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양승훈 박사와 조덕영 박사 같은 분에게 많은 도움과 배움을 얻었다. 이분들과 함께 창조론 오픈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현대의 자연과학은 혼자 공부하기에는 너무나 전문적인 분야가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한 토론은 그쪽의 전문가들에게 맡겨두고 그 사람들이 신학에 대해 월권(越權)하는 부분에 대한 것만을 우리는 선별적으로 지적하고 가능한 대로 토론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성숙한 대화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서로 배우려는 자세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입장을 개진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의도의 순수함에 대해서 우리는 의심해서는 안 된다. 나만이 올바른 그리스도인이라는 독선은 많은 해독을 가져온다.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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