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유대인들은 이방인의 집에 들어가서 함께 식사를 하면 7일 동안 부정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로마 총독들은 안토니아 요새에 머물면서 자주 유대 지도자들을 불러서 회의를 하고 만찬을 나누었습니다. 이것은 유대인들의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문제였습니다. 안토니아 요새에 들어가서 로마 총독과 식사를 하고 올 때마다 7일 동안 부정해야 한다면 큰일입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즉 안토니아 요새는 이방인의 집이 아니라 유대인의 집인데 다만 명절 기간에 이방인 총독에게 잠시 빌려줄 뿐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그곳은 여전히 유대인의 집입니다. 그러므로 거기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나와도 7일 동안 부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유대인들은 그렇게 해서 어려움을 피해 갔습니다.
헤롯은 이 외에도 옛 도시 사마리아 터에 세바스테(Sebaste)라는 도시를 세우고 베들레헴 남동쪽 12킬로미터 지점에는 헤로디움(Herodium)이라는 요새를 건축하기도 했습니다.
✽ 왕과 분봉왕
성경에는 분봉왕(分封王)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합니다. 이 단어는 다른 책에는 나오지 않는 성경의 독특한 단어입니다. 분봉왕의 의미를 간단히 살피고 지나가겠습니다. 당시 진정한 왕은 로마 황제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광대한 로마제국 전체를 직접 다스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땅을 나누어주고 자기 대신 통치를 하도록 위탁했습니다. 그런데 위탁을 받은 왕들도 모두 같은 레벨은 아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큰 영토를 다스리는 왕과 작은 영토를 다스리는 왕은 명칭도 달랐고 대우도 달랐습니다. 많은 종류의 왕들 중 팔레스타인을 다스리던 왕에는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민족왕이었고 다른 하나는 분봉왕이었습니다.
<민족왕> 민족왕(ethnarch)은 민족 혹은 국가를 뜻하는 헬라어 ‘에스노스’(ethnos)와 왕 혹은 통치자를 뜻하는 ‘아르콘’(archon)의 결합으로서 한 국가 혹은 한 민족 전체를 다스리는 왕입니다. 유대 민족 전체를 다스렸던 헤롯 대왕의 호칭은 민족왕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족왕 정도면 그냥 왕이라고 번역해도 개념상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한글 성경에서는 민족왕을 그냥 ‘왕’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민족왕은 헤롯 대왕 한 사람뿐입니다.
<분봉왕> 분봉왕(分封王, tetrarch)은 숫자 4를 뜻하는 헬라어 접두어 ‘테트라’(tetra)와 (테트리스 게임의 어원이 이 단어입니다. 테트리스에서는 정사각형 네 개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도형들이 위에서 아래로 계속 내려옵니다. 왕 혹은 통치자를 뜻하는 ‘아르콘’(archon)의 결합으로서 민족왕 영토의 4분의 일 정도 크기의 영토를 다스리는 작은 왕을 뜻합니다. 헤롯 왕가의 왕들은 헤롯 대왕을 제외하고는 모두 분봉왕들이었습니다.
백석대·신약신학
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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