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헤롯 가문의 통치자들을 한꺼번에 살펴보려고 합니다. 성경에는 헤롯 가문의 통치자들이 모두 여섯 명이 나옵니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냥 헤롯이라고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① 헤롯 대왕(주전 37년~주전 4년까지 통치)
먼저 앞에서 소개했던 헤롯 대왕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로마 황제였던 안토니우스(Antonius)와 옥타비아누스(Octavianus)의 도움으로 유대인의 왕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숙청이 심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앞에서 했습니다.
헤롯 대왕의 건축
독재자들이 흔히 그렇듯이 헤롯은 건축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후세 사람들이 기억해 주기를 바란 것입니다. 헤롯처럼 자존감이 약한 독재자들은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는 건축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장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세계의 독재자들에게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마사다 요새>
사해 바다 서쪽에 위쪽은 평평하고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마사다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헤롯은 그곳에 요새를 건설했습니다. 이곳은 나중에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의해 함락된 후 나머지 잔당들이 모여 최후의 항전을 했던 곳입니다. 마사다 요새는 주후 73년에 로마의 실바(Flavius Silva) 장군에 의해 함락되었는데 요새 안에 있던 군인들과 그 가족들 960여 명은 로마군이 들어오기 전에 모두 자살해 죽었습니다. 가장이 가족들을 죽이고, 군인들끼리 제비를 뽑아 선택된 사람들이 동료들을 죽이고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로마인이 그곳에 들어왔을 때 그 날도 아침 번제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사람들이 번제를 드린 후 자살을 한 것입니다. 메시야이신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마사다 요새는 지금 이스라엘의 모든 군인들이 훈련을 마친 후 임무를 받기 직전에 조국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하는 곳으로 사용됩니다. 이를테면 육군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다 받은 생도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이곳에 와서 밤에 횃불을 들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합니다. 그런데 그 구호가 의미심장합니다. 영어로 하자면 “Masada never again!”입니다. 마사다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항구도시 가이사랴>
구약 시대에 이스라엘의 대표적 항구는 욥바였습니다. 요나 선지자가 다시스로 가기 위해 배를 탔던 곳입니다. 헤롯은 북쪽에 새로운 항구를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그 항구의 이름을 의미심장하게도 ‘가이사랴’라고 지었습니다. 가이사랴는 ‘황제’라는 뜻입니다. 보통 알렉산드리아처럼 어떤 특정한 인물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짓는 것이 관례인데 헤롯은 로마 황제들이 자주 바뀌니까 그냥 ‘황제’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가이사랴는 최신식 설비가 갖추어진 현대식 도시였습니다. 해안에 전차경기장이 있었고 그곳에서 도보로 걸을 수 있는 곳에 원형극장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로마의 총독들이 이스라엘에 오면 수도인 예루살렘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가이사랴에 머물렀습니다. 예루살렘에는 삼대 명절이 되어 유대인들이 많이 몰려와서 폭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가서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절기가 끝나면 총독들은 군대를 이끌고 다시 가이사랴로 돌아왔습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을 재판할 때 빌라도 총독이 예루살렘에 있는 것은 그 때가 유월절 기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은 이방인 총독들이 머물기에는 너무나 따분한 곳이었습니다.
백석대·신약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