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창조물 위에 명백한 표적을 새겨놓으신 ‘자연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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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창조물 위에 명백한 표적을 새겨놓으신 ‘자연계시’
  • 박찬호 교수(백석대 조직신학)
  • 승인 2023.06.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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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목사
박찬호 목사

지난 20세기 복음주의의 중요한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존 스토트(John Stott, 1921~2011)의 특강을 미국 유학 시절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번 듣고 지나갈 수도 있는 특강이었지만 다행히 2개의 테이프로 제공되었기에 나중에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스토트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맞춰 보라고 묻는다. 자신은 지금 인도양에서 헤엄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 가운데 폭소가 터진다.

이 예화는 스토트가 책에서도 즐겨 사용하던 예화인데 하나님의 계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에게 잘 알려준다. 하나님이 존재하시기는 하는데 아무 말씀 안 하시면 우리는 그 분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의 자기 계시는 매우 중요하다. 하나님은 자신을 계시하시는 하나님이시다.

날 때부터 시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코끼리를 만져본다. 그는 코끼리를 무엇과 같다고 말할까? 다리 부분을 만져 보면 기둥과 같다고 할 것이고 코 부분을 만져보면 기다란 호스와 같다고 할 것이다. 듬직한 등짝을 만져보았다면 담벼락 같다고 할 것이다. 그야말로 시각장애인이 코끼리를 더듬어 보고 코끼리를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처지가 바로 하나님의 계시가 없는 인간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나님을 더듬어 찾는 것이다. 사도행전 17장 27절에서 바울은 “알지 못하는 신”에게 예배하는 아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이는 사람으로 혹 하나님을 더듬어 찾아 발견하게 하려 하심이로되 그는 우리 각 사람에게서 멀리 계시지 아니하도다.”

하나님의 존재를 우리가 확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하나님이 숨어계시며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될까? 다행히 하나님은 거기 계시며 말씀하신다. 그래서 <거기 계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1972년)이라고 하는 프랜시스 쉐퍼(Francis Schaeffer, 1912~1984)의 책 제목은 매우 중요하다. 책은 읽어보지 못하더라도 책 제목은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온 세상이 하나님의 작품이기에 여기에는 저자이신 하나님의 사인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시편 19편 1~6절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있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 하나님이 해를 위하여 하늘에 장막을 베푸셨도다 해는 그의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과 같고 그의 길을 달리기 기뻐하는 장사 같아서 하늘 이 끝에서 나와서 하늘 저 끝까지 운행함이여 그의 열기에서 피할 자가 없도다”

이른바 하나님의 자연계시를 잘 보여주는 말씀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을 통하여 우리는 하나님의 계시를 발견하게 된다.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말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창조물 위에 영광의 명백한 표적을 새겨 놓으셨으며 그것은 너무나 뚜렷하고 확실하기 때문에 아무리 무식하고 둔한 사람이라 해도 무지를 구실로 삼을 수 없다”(I.5.1).

자연을 통해 하나님은 자신을 계시하실 뿐 아니라 성경의 역사를 통해 히브리인들에게 자신을 알리셨고 결정적으로 마지막 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히브리서는 하나님이 자신을 끊임없이 계시하시는 하나님이라는 말씀으로 시작하고 있다. “옛적에 선지자들을 통하여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이 아들을 만유의 상속자로 세우시고 또 그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를 지으셨느니라”(히 1장 1~2절)

자연계시는 모든 인류에게 주어진 것이다. 반면에 자연계시와 대비되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한 계시는 선택된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자연계시는 기독교 이외의 이방종교의 기초가 된다. 그런가하면 초자연계시는 참된 종교의 기초가 된다. 최근 들어 자연계시와 초자연계시의 구분보다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로 구분하는 것이 선호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방종교에도 비록 왜곡된 형태이기는 하지만 초자연적인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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