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중간사] 성전의 완공과 유대인들의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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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약 중간사] 성전의 완공과 유대인들의 실망
  • 김병국 교수
  • 승인 2023.06.1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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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75호 / 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14)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성전과 성벽을 완성시킨 일은 누가 봐도 대단히 영웅적인 일이었습니다. 일단 유대인들이 조상들의 땅으로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신앙의 결단을 요구하는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고레스는 역사가 증언해 주듯이 폭군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유대인들도 바벨론에 머물러 있으면 나름대로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레스가 귀환을 허락하자 신앙심이 깊었던 사람들은 안정된 삶을 버리고 멀고 험한 길을 여행하여 고향으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성전을 건축했습니다. 성전이 완성되었을 때 그들은 많은 기대를 했을 것입니다. 솔로몬 성전이 완성되었을 때 하나님의 불이 임하여 제물을 사르고,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구름인 ‘셰키나’가 성전에 가득했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유대인들은 실망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또 하나의 헌신을 바치기로 합니다. 그것이 바로 성벽의 건축입니다. 그들은 아마도 성벽까지 완성이 되면 하나님께서 큰 역사를 이루어주실 것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에스라, 느헤미야서가 보여주는 것처럼 그들은 헌신적으로 일을 해서 결국 성벽을 완성시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아무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불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고 국제정세의 변화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실망했을 것입니다. 과연 하나님이 계시는 것일지 회의가 생겼을 것입니다. 

그들이 이런 불신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은 물론 잘못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정죄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들과 같은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가시적 변화를 보여주시지 않았을까요?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시지 않은 이유는 만약 그렇게 하셨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또 우리에게 해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구속의 역사는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때를 따라 조금씩 순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구약시대는 율법시대입니다. 인간이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이스라엘과 유다의 멸망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제는 율법시대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잠시 기다렸다가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야 하는 그런 때입니다.

그런데 지금 에스라, 느헤미야가 활동하던 시기에 성전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이 다시 회복되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율법시대가 다시 시작됨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입니다. 사람들이 다시 지긋지긋한 율법시대를 겪어야 함을 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헌신과 신앙은 기쁘게 받으셨지만 정치적으로 이스라엘을 회복시키는 기적은 허락하시지 않으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의 유대인들은 그걸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라기에서 보는 것처럼 낙심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 겁니다.

백석대·신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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