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한국교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교회와 기독교인의 신뢰도가 위협받는 한편 온·오프라인 시대 속 교회의 공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상과 교회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기독교 문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본지는 매달 한 명의 각 분야별 기독 문화 사역자를 선정해 세상 속에 올바른 기독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제언을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온라인 콘텐츠 소비 늘어…문화선교적 과제로
기독교 신앙의 본질 다룬 영화 순차적 개봉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코로나 이전의 영광을 회복하기엔 아직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은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계의 호황기로 불린다. 2억2600만명이 극장을 찾았으며, 칸 영화제와 각종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기생충’ 역시 이 해에 제작됐다. 이 시기 국내 기독영화도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바울’과 애니메이션 ‘천로역정’을 30만명이 관람해 큰 흥행 기록을 세웠으며, ‘교회오빠(11만명)’ 등도 선전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코로나 팬데믹 발생으로 모든 오프라인 활동이 중단됐고, 넷플릭스 등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영화 관람이 ‘대세’가 됐다. 실제로 2022년 극장 매출은 2019년 대비 60.6%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6월 개봉한 ‘범죄도시3’을 제외하면 관객 수 100만을 돌파한 작품은 ‘교섭’과 ‘드림’ 두 작품뿐이었다. 영화 ‘드림’은 ‘극한직업’으로 1600만명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이 제작한 영화라는 수식어에 비하면,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한 초라한 성적표였다. 일반 영화도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기독영화는 오죽하랴. 한국 영화시장 전반에 위기의식이 커진 가운데, 기독 영화계에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팬데믹 지나며 문화선교 중요성 커져
9일 복합문화공간 필름포럼 1층에서 만난 성현 목사(필름포럼 대표)는 “현재 필름포럼 상영작 중 예술 영화를 찾는 관람객이 많이 회복됐다. 하지만, 기독영화에는 관심이 뜸한 상태”라며 코로나 이후 문화선교적 차원에서 기독영화의 재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엔데믹 선언 이후 영화관을 찾는 발걸음은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기독영화를 찾는 발길은 여전히 뜸한 모양새다. 단순히 OTT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비행태가 바뀐 탓도 있지만 ‘볼만한’ 기독영화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한다. 코로나 시기 교회는 현장예배의 회복에만 집중하다 보니 좋은 기독영화를 제작하거나 후원하는 문화선교적 노력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성 목사는 “코로나 시기에는 예배를 드리는 것도 어려웠다. 아직 오프라인 예배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를 통한 문화선교는 사실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선교적 관점에서 기독 영화가 가진 영향력이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긴 어렵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접근성과 편리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OTT 채널을 통한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 시기 패턴만 달라졌을 뿐 문화적인 욕구와 관심이 더욱 커졌다. 교회가 더 이상 문화를 부차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선교적 도구로 인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기독교적 콘텐츠가 쏟아지는 문화전쟁의 시대 속에 다음세대를 지키기 위한 문화선교적 과제도 짚었다. 성 목사는 “대중문화는 미디어를 통해 예언자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감을 얻을만한 안전한 장치로 ‘반기독교적 코드’를 심는다. 지금의 반기독교적 미디어에 따른 폐해를 진단하고 공동체적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비춰지는 교회와 목회자의 모습이 자칫 모든 크리스천과 교회의 모습으로 일반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교회의 미래라 할 수 있는 다음세대에도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는 “현재 교회의 중심세력인 4050 세대는 교회의 성장기를 겪으며 누렸던 건강한 교회 문화에 대한 긍정적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10~20대는 교회에 대한 긍정적 경험이 전무한 세대”라면서 “이들이 30~40대가 된다면, 교회를 떠나거나 그저 교회만 다니는 명목상의 크리스천이 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안으로 그는 “앞으로 기독 문화계의 선교적 과제는 선제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유의미한 콘텐츠를 내놓는 것”이라며 “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기독 콘텐츠를 많이 수입하고, 국내 제작사가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다양한 기독영화 기대작들 개봉 앞둬
반가운 소식은 기독영화 기대작들이 순차적으로 극장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는 6월 28일에는 블루필름웍스의 ‘하나님의 마음’이 전국 극장에 개봉한다. ‘하나님의 마음’은 창세기 22장에 기록된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하신 이야기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냈다.
7월 20일에는 파이오니아21 김상철 감독이 제작한 ‘아버지의 마음’이 개봉한다. 영화는 ‘하준파파’로 알려진 황태환이 아버지를 잃은 르완다 소년 메소드와 함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떠나는 감동 다큐멘터리다. 이밖에 GOODTV가 배급을 맡은 가족의 사랑과 믿음에 대한 메시지를 다룬 영화 ‘기적을 믿는 소녀’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성 목사는 “이 영화들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다룬 스토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보니 조금 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를 거친 크리스천들이 신앙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영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향후 기독 영화의 흥행을 위한 과제로 영화 관람에 대한 개인의 경험을 공동체적 경험으로 확장시킬 것을 제안했다. 영화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독교적 선교 메시지를 찾고 나누는 후속 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 각종 OTT는 다양한 영화를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집에서만 볼 수 있고 관람 후기를 같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과 나누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는 “기독 문화만의 ‘콘셉트’를 찾아가는 노력이 요청된다. 예를 들면, 영화를 본 이후에 ‘시네토크’의 시간을 마련해 공동체 차원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필름포럼’과 같은 다양한 기독문화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서 문화가 가진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 목사는 “지금은 ‘하드파워’의 시대가 아니라 ‘소프트파워’의 시대다. 콘텐츠 등의 영향력이 막강하진 시대에 교회가 문화를 포기한다면, 굉장히 중요한 선교의 한 축을 포기하는 것과 같을 것”이라며 “좋은 영화 한 편이 복음을 전하는 귀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필름포럼은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운영하고 있는 영화관으로 카페, 갤러리가 함께 연결돼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영화관은 1관 90석, 2관 52석이 있고, 매주 문화 아카데미 강좌를 통해 국내 유수의 기독 예술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