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이스라엘의 영적간음에 끝내 성소를 옮기신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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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이스라엘의 영적간음에 끝내 성소를 옮기신 하나님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6.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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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74호 /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87) - “너는 또 이보다 더 큰 가증한 일을 보리라 하시더라” (겔 8:15)

에스겔이 환상 중에 소명을 받고 1년이 조금 넘은 때, 유배지 바벨론에서 유다의 장로들과 함께 앉아있던 에스겔 앞에 하나님의 권능이 임하고 신비로운 ‘불같은 형상’이 손을 뻗어 그의 머리채를 잡습니다. 그렇게 ‘주의 영’에 이끌려 하늘로 올려진 에스겔은 예루살렘으로 이동해 성전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는 하나님의 질투를 일으키는 우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8:1~3). 황홀한 신비를 목격했던 에스겔의 눈앞에 타락한 백성의 추태가 펼쳐집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야말로 눈 뜨고 보기 괴로울 지경인데, 하나님께서는 에스겔에게 “이 정도로 놀라느냐? 더 심한 것도 보여주마”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십니다. “너는 다시 다른 큰 가증한 일을 보리라(6절), 너는 다시 그들이 행하는 바 다른 큰 가증한 일을 보리라(13절), 너는 또 이보다 더 큰 가증한 일을 보리라”(15절) 우상 숭배의 행동들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지만,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임재를 모신 거룩한 공간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가장 충격적입니다. “이스라엘 하나님의 영광이 거기에 있는데 내가 들에서 본 모습과 같더라”(4절). 영존하시는 하나님의 영광은 변함이 없는데, 그 하나님과 영원한 언약을 맺은 유다 백성들이 그분 면전에 우상을 들여 영적 간음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부부의 침실에 정부를 들였으니 그 결혼이 온전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에스겔은 이 슬프고 무도한 상황을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아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에게 배신당하신 하나님의 심정을 느끼고 전할 사명 때문이었습니다. 성령께서 보여주신 광경은 참담했습니다. 성전을 둘러싼 벽에는 ‘각양 곤충과 가증한 짐승과 이스라엘 족속의 모든 우상’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장로 칠십 인이 손에 향로들 들고 분향하고 서 있습니다(10~11절). 피어오르는 향 연기와 냄새는 구약성경을 관통하는 하나님 임재의 상징이며 인간의 제물을 받으시는 하나님의 기쁨을 대표하는 상징입니다. 광야 시대의 성막과 왕정기의 성전을 불문하고 하나님의 임재를 모신 지성소의 공간은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올려드리는 향 제사에 의해 그 경계선이 표시되었습니다. 황금 분향단에 올려드리는 그 향료는 다른 목적을 위해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하나님 전용’의 조향과 이름(케토렛)을 갖고 있었습니다. 히브리어에서 ‘거룩하다’(카데쉬)의 근본 의미가 ‘구별하다’인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매년 대속죄일(욥 키푸르)이면 대제사장이 손에 드는 향로에 케토렛 향불을 피워들고 지성소에 들어갔으며, 훗날 성전이 파괴된 후 흩어진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성전에서 아침 저녁 올리던 향 제사를 대신해 아침 기도와 저녁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예배의 기준을 삼은 것 역시 향제사의 소중함을 알려줍니다. 그러니 칠십 장로가 손향로를 들고 우상들 앞에 서있는 광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신성모독 행위라 하겠습니다.

배교자들이 이스라엘 칠십 장로인 것은 범상한 일이 아닙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택하셔서 시내산에서 언약을 맺고 율법을 수여한 후 만찬에 초대하신 사람이 모세, 아론, 아론의 두 아들, 그리고 장로 칠십인이었습니다(출 24:1). 온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공직자들의 배신과 배교를 인내하시던 하나님께서 마침내 결단을 내리십니다. 그들의 면전에서 당신의 임재를 거두신 것입니다. “인자야 이스라엘 족속이 행하는 일을 보느냐 그들이 여기에서 크게 가증한 일을 행하여 나로 내 성소를 멀리 떠나게 하느니라(6절)” 절망의 유배지에서 자신이 마주쳤던 것이 바로 하나님의 임재였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하나님 임재의 신학’은 에스겔의 사역과 메시지를 관통하는 중심주제가 됩니다.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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