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산책] 이교도들의 기독교 비판에도 전도자들은 ‘십자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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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산책] 이교도들의 기독교 비판에도 전도자들은 ‘십자가’ 증거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3.06.0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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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4호 / 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56) - 헬라로마사회에서의 기독교 비판(12)
이상규 박사
이상규 박사

켈수스의 참 말씀에 대한 오리게네스의 반박에 대해 소개했는데, 켈수스가 제기한 문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저급하다고 할까 유치한 주장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켈수스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그 신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었을 것이고, 이 세상이 그릇된 방향으로 나가지 않는 그런 세상을 창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만일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이 세상이 그릇된 방향으로 발전했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세상을 바로잡는데 무관심한 징표라고 보았다. 

만약 그 신이 이 세상에 관심이 있었다면 팔레스타인을 자기 땅으로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 땅에서 저급한 하층민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세상을 구원하도록 맡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켈수스는 예수님의 아버지는 ‘판테라’라는 로마군인이었고, 예수님이 행하신 이적을 ‘예수 마법(γοητεία)’이라고 말하는 등 기독교를 조롱했다. 기독교가 예수는 십자가에서 부활했다고 말하지만, 누가 살아난 것을 보았는가? 부활의 목격자라는 이들은 정신이 오전치 못한 넋 나간 이들이었고, 제자들의 증언이라는 것은  예수 생전의 부활에 대한 예언을 창작하여 기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런 기독교를 신봉하는 것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였다. 

또 기독교인들의 병역 거부는 제국의 번영과 평화를 원치 않는 반사회적인 집단으로 생각했고, 황제숭배 이데올로기와 우상숭배적 환경에서 사회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반사회적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켈수스는 기독교 신자들이란 “스스로를 벽으로 막고 나머지 인류로부터 분리”하는 집단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이교도들은 근본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전제에서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을 비판하고 공격했다. 자신들은 헬라철학에 익숙한 이들로서 헬라철학의 논리로 기독교를 비판했지만 기독교회의 가르침은 헬라철학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에 근거한 가르침이었다. 그래서 이교도들이 볼 때 기독교회의 가르침은 어리석은 것이었다. 전능하시다는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은 모순적이었고, 십자가에 달려 죽은 이를 구세주라고 선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무지였다.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그가 어떻게 십자가에 달려 죽는다는 말인가? 십자가형을 받은 범죄자가 어떻게 경배와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이교도들이 볼 때 이런 도(道)는 받아드릴 수 없는 도덕적 모순이었다. 그래서 바울은, “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고 선언하고,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 (복음은) 유대인에게는 거리끼는 것이요 이방인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오직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고전 1:21~24)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신학적인 문제이기에 앞서 복음을 진지하게 전하고자 하는 헬라 로마 사회 전도자들에게는 실제적인 장애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전도자들은 십자가 사건을 그 시대 청중들의 취향에 맞도록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하지 않았다. 도리어 십자가 사건을 복음 메시지의 중심에 두고 선포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바울은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고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고전 1:18~21)라고 선언했다.

백석대·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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