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은 백석학원과 백석총회 설립자 장종현 목사가 주창했으며 한국교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학교육의 틀을 깨는 ‘신학회복운동’으로, 지성에 함몰된 신학계에 다시 성경으로, 다시 성령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9일 천안 백석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개혁주의생명신학 국제포럼’에서는 국내 학자들이 개혁주의생명신학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심포지엄을 지상중계 한다.
사회 : 박찬호 박사 / 백석대
패널 : 김영한 박사 / 숭실대
한상화 박사 / 아신대
이경직 박사 / 백석대
장동민 박사 / 백석대
박찬호 : 개혁주의생명신학의 출발점이 된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장종현 설립자의 주장이 올해로 20년을 맞이하고 있다. 더불어 백석총회 설립 45주년을 맞아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장로교 3대 교단으로 성장한 백석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백석총회와 백석학원에 대해 소개해달라.
이경직 : 백석학원은 1976년 11월 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3평 짜리 작은 사무실에서 대한복음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2007년 교명을 백석대학교로 변경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백석총회는 1978년 9월 복음총회로 시작됐다. 2009년에 백석총회로 이름을 변경했고 같은해 총회에서 자생교단의 역사에 맞게 회기를 복원했으며 여성안수를 시행하는 전격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장동민 : 백석총회를 보며 놀란 것은 인간의 정치가 통용되지 않는 총회라는 사실이다. 제 기억으로 총회에서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총회장이 정회를 선언하고 증경총회장들을 소집한 적이 있다. 증경들이 모여서 통성기도를 하더라. 기도가 끝난 후 “우리가 먼저 기도로 하나가 됐다”며 갈등을 해결하고 은혜롭게 총회를 마무리했다. 다른 교단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모습을 보면서 백석은 초대교회를 닮았구나 생각했다. 또 하나는 백석의 장점은 개척정신이다. 어려운 곳을 찾아가서 교회를 세운다. 제일 힘든 곳에 가보면 백석이 있더라. 백석이 자랑스럽다.
박찬호 : 영적 순수함과 개척정신이 있는 교단이 백석의 장점이라고 하셨다. 이런 장점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는 말씀 감사하다. 외부에서 오신 분들에게 개혁주의생명신학에 대해 듣고자 한다. 일각에서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이 필요하냐”, “개혁주의신학이면 되지 않냐” 이렇게 말하는 분들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영한 : 오늘 천안 백석대학교 캠퍼스에 와서 느낀 것은 정성과 생기다. 백석대 교수님들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태도 속에서 생명력이 느껴졌다. 나도 숭실대에서 34년 교수로 있었다. 잘 알다시피 숭실대는 1897년 설립된 120년 넘은 학교다. 숭실 뿐만 아니라 연세대나 이화여대, 계명대 같이 기독교대학들이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진정한 기독교대학인가 정체성을 확인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그런데 백석대를 보면서 다시 한 번 활기찬 기독교의 모습, 기독교 대학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백석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학문의 새로운 패러다임, 개혁신학의 전통을 받아들이면서 여기에 잠재하고 있는 놀라운 가능성을 더 표출시키는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운동이 바로 개혁주의생명신학이라고 본다. 교단 설립 45주년을 기념하면서 이러한 모임을 갖게 됐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한상화 : 나는 아신대에서 26년째 조직신학을 강의하고 있다. 1996년부터 복음주의신학회에서 활동했는데 2003년에 장종현 총장님께서 복음주의신학회 학회에 참석해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설교하신 것을 듣고 도전받은 바 있다. 외부자로서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연구하면서 이것이 굉장히 귀한 신학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은 예수 생명의 복음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개혁주의에 생명신학을 덧붙임으로서 교리와 경건의 균형을 잡는 굉장한 장점이 있다. 오늘날 한국의 영적 침체기에 꼭 필요한 신학이라고 생각한다. 균형잡힌 성경적 신학으로 한국교회의 영적 침체를 뚫고 나아가는 백석이 되길 바란다.
박찬호 : 김영한 박사님께서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이 신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하셨다. 어떤 뜻인지 부연해달라.
김영한 : 백석에서 장종현 설립자가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고 일깨운 것은 새로운 주장이라기보다 개혁신앙이 가지고 있는 순교적 정신을 다시 살려야겠다는 마음이라고 본다. 백석대에서 무릎을 꿇는 신학, 성령이 동행하는 신학, 말씀에 입각한 신학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학문 이상으로 기도와 성령과 말씀으로 개혁신학을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며,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박찬호 : 개혁주의생명신학은 7대 실천운동으로 이어지는 신앙운동이다. 7대 실천운동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나?
이경직 : 설립자님께서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주장을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해보았다. ‘복음’이라는 단어를 붙잡고 총회와 학교를 시작하셨고, 이 주장의 과정도 학문적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학교의 설립자로서 학자들을 지켜보면서 하나님께 받은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기도하고 말씀을 가까이 하면서 영적 분별력으로 신학을 바라보게 되신 것이라고 느꼈다. 이 자체가 신학자들이 신학을 할 때 취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7대 실천운동은 모두 유기적 연결점을 갖는다. 그러나 나는 그중 두 번 째인 신학회복운동이 7대 실천운동의 뼈대라고 생각한다.
김영한 : 개혁주의생명신학은 근본적인 운동에 머물면 안 된다. 아브라함 카이퍼가 말한 하나님 주권사상은 하나님의 생명은 교회 안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 안에서, 환경 문제와 같은 사회적인 불의함 속에서도 그것을 치유하는 생명력으로 발휘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강조한다. 개혁주의생명신학도 이러한 확장성을 가질 때 교회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전 영역 속에서 생명의 개념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이 온 세계가 하나님의 나라로 확산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매우 진보적인 사람들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신학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장동민 : 7대 실천운동이 다 중요한데 나는 회개용서운동을 꼽고 싶다. 한국교회가 사회적으로 지탄과 조롱, 불신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을 안 해서가 아니다. 다만 목회자들이 애통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것 같다. 목회자와 학자들, 성도들도 마찬가지다. 큰 업적과 성취를 이루게 되면 오만해지고 심령의 가난함을 잃어버린다.
한상화 : 7대 실천운동이 다 중요한 이유는 소명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하나밖에 못하니까 하나님께서 공동체를 주시고 사람마다 다양한 소명을 주셨다고 본다. 교회 목회자로 소명을 받은 분들은 회개용서운동, 기도성령운동을 강조해야 하고 일상의 사역자, 나눔 사역자들은 그 영역에서 주님의 주권을 드러내는 일을 해야 한다. 나와 같이 평생 신학 연구에만 바친 사람들은 혼탁한 신학이 많은 때에 그것을 바로 잡는 일을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기도성령운동은 모든 일의 기본이다. 기도 중에 깨달음과 역사를 받기 때문이다. 나는 타인의 소명을 인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가진 소명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미성숙함을 극복해서 하나님나라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격려하고 위해주고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이 실천운동의 핵심이 된다면 다양한 영역을 힘을 내서 서로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호 : 오늘 심포지엄은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 개혁주의자가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른 것 같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이 한국의 신학교육과 교회, 그리고 신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길 소망한다. 정리=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