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성도는 교회로 부르심과 세상에 보내심 모두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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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성도는 교회로 부르심과 세상에 보내심 모두 감당해야 한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5.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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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15) 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 오래된 새신자, 미등록 성도? 교회와 Reunion(재결합) 하라!

코로나 이후 온오프라인서 타교회 떠도는 ‘플로팅 성도’ 증가
교회 등록과 정착 거부…‘책무’ 져버리는 ‘명목상 그리스도인’
전도 대상자로 여기고 ‘돌봄 목회’로 제자화와 사명감 깨워야
교회 안 미등록 성도를 여전히 ‘전도의 대상’으로 분류하하고, 이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소그룹 목회는 이를위한 첫 단추로 궁극적으로는 성도들의 진정한 제자화를 이뤄야 한다.
교회 안 미등록 성도를 여전히 ‘전도의 대상’으로 분류하하고, 이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소그룹 목회는 이를위한 첫 단추로 궁극적으로는 성도들의 진정한 제자화를 이뤄야 한다.

#. 요즘 A 씨는 교회 2~3곳을 돌아가며 출석한다. 이번 주는 이곳 다음주는 저곳을 기웃하는 모양새가 습관이 됐다. 더군다나 예배가 끝나면 혼자 조용히 사라지기 바쁘다. 죄책감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생활에 편해진 A 씨는 이제 한 교회에 등록해 정착할 생각이 딱히 없다.

비단 A 씨만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가 휩쓴 뒤, A 씨처럼 어느새 교회 유목민이 돼버린 성도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기존에 다니던 교회가 있음에도 온오프라인에서 슬쩍 타교회의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일컬어 최근에는 플로팅(floating·부유하는) 성도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문제는 입맛에 맞는 설교를 골라 듣고 성도간 교제를 소홀히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지워진 책임을 져버리면서 세상에서 교회의 기능을 상실케 하는 무시무시한 단초가 되기 때문. 포스트 코로나 시대 흐트러진 신앙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 목회 현장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성도와 교회가 접착제처럼 딱 달라 붙는 재결합’(Reunion)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사명 무너진 신앙 공동체
일선의 목회자들은 A 씨와 비슷한 성도들이 늘어나는 것을 오롯이 체감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중형교회서 시무하는 B 목사는 근래 많은 목회자들의 고민 중 하나는 바로 방황하는 미등록 성도’”라며 어느 한 교회에 소속돼 활발히 활동하길 거부하는 이들은 현재 각 교회마다 전체 성도 수의 10분의 1가량으로 추정된다고 귀띔했다.

그는 목회자들이 갈수록 구역장 등 리더를 세우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면서 미등록 성도가 늘어난 걸 실감하고 있다실제로 꽤 오랫동안 예배에 나오다가 이제야 새신자 등록을 한다더라. 심지어 누가 이 교회에 다닌대서 교적을 찾아보니 정작 기록에 없더라고 토로하는 동료 목회자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한국교회지도자센터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2년 목회환경과 목회 실태 조사>는 이러한 실정을 여실히 반영한다. 전국 담임목사 434명을 대상으로 한 당시 설문에서 목회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새신자 유입 감소’(52.1%)헌신된 평신도 일꾼 부족’(50%)이 꼽힌 것이다.

물론 미등록 성도를 무작정 잘못으로 삼고 정죄하자는 건 아니다. 피치 못할 사정도 있을 터, 특히 여러 가지 사유로 교회를 옮기려는 수평이동 성도에게는 자신과 잘 맞는 교회를 충분히 탐색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노력이 소위 교회 쇼핑으로 전락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좋은나무교회 담임 이강우 목사는 저서 <코로나 시대 되는 목회>에서 코로나를 계기로 한국교회 안 성도들의 수평이동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설교를 통해 모든 교회의 예배를 경험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이 좋다고 판단하는 말씀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다니게 된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우리 교회라는 개념도 희박해졌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번아웃 등을 이유로 애초에 성실한 교회 생활에 대한 의지를 잃고, 교회의 등록과 정착을 꺼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이는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청년세대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자칫 신앙의 사유화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신앙을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영위하려 들면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짊어진 책무를 등한시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 조너선 리먼은 <교회의 재발견>이란 책에서 교인 됨에는 직무가 따른다. 그 직무란 교회를 잘 살피는 것그리고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는 것’”이라며 성경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서는 교회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교회에 모이는 이유는 함께 하나님을 섬길 뿐 아니라 서로를 섬기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형상을 이루어 간다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과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에 접붙임 받는 것을 분리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공동체적인 존재가 되는 것을 뜻한다고 언급했다.

교회 내 표류하는 미등록 성도를 방치할 경우 명목상 그리스도인을 양산하는 기폭제가 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나 거듭남, 나아가서는 구원의 확신이 부족한데도 스스로를 믿음 좋은 기독교인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교회는 예배만 드리는 곳이 아니라 제자로 세워지는 곳이라고 강조한 이강우 목사는 기독교인으로서 동반되는 책임을 외면하는 건 반쪽짜리 신자라며 크리스천들이 신앙의 소비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지체들과 한 몸을 이뤄야 한다고 경고했다.

교인에서 예수님의 제자로
교회는 나오지만 등록과 정착을 거부한다? 결국 이들은 오래된 새신자나 다름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언제든 이탈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여전히 전도의 대상으로 분류하라고 입을 모은다. 이때 요구되는 자세는 등록의 강요가 아니라 성도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 교회와 성도의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은 곧 관리형 목회에서 돌봄형 목회로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별히 소그룹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이를 위한 첫 단추다. 그도 그럴 것이 교회에서 미등록 성도들이 가장 자주 부딪히는 존재는 담임목회자나 교역자가 아닌, 바로 같은 성도들이다. 결국 미등록 성도들이 소그룹 등의 교제권에 속할 때 비로소 교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은혜의 특권을 누리고 비전을 공유하고 영적 성장을 얻는다.

소그룹 목회는 이미 팬데믹 와중에서도 크리스천들의 신앙생활에 유익을 안겨준 효과적인 사역으로 확인된 바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작년 발표한 <한국교회 소그룹 실태조사>에서는 소그룹 활동자가 비활동자보다 기본 신앙지표가 훨씬 높고 더 교회 중심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성경공부나 제자훈련에 참여했냐는 질문에 라고 응답한 비율은 소그룹 활동자가 25% 비활동자가 6%였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교회는 향후 다양한 사역을 위한 소그룹 공간으로 탈바꿈해 공동체성을 확보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지녀야할 사명감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독교인은 교회로 부르심과 세상으로 보내심, 두 가지 소명을 함께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상담학 홍인종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목회 돌봄> 논문을 통해 “‘목회는 교회가 전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목양의 관점이라면 목회 돌봄은 더 개인적인 소그룹 중심적 관점을 견지한다목회 차원에서 예배·설교·행정·교육이 진행된다면, 목회돌봄은 개별심방·기도나눔·문제해결을 돕는 섬김과 봉사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교회 밖에서는 동호회 등 다양한 의미를 찾는 모임이 펼쳐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교회 안에서도 (다양한 소그룹 모임들로) 성도들이 기꺼이 재물과 시간, 영성으로 잃어버린 생명을 찾아 살리는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목회 돌봄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소그룹 사역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먼저는 성도 한 명 한 명의 제자화이고, 나아가서는 세상에서 기독교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성도는 신앙 공동체의 일원으로 예배 교육 친교 봉사 선교 등에 참여해 살아있는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고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존재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강우 목사는 코로나 이후 성도들이 교회로 온전히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교회가 성도수에 집중한 탓이다. 한 명의 제자보다 당장 눈앞에 100명의 성도를 선택한 결과라며 그러나 앞으로 더 어려운 일이 닥치면 장래 기약이 없는 군중이 될 수 있다교회는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제자를 키워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목회자는 큰 틀을 제시하고 성도들이 직접 성도를 가르치게 해야 한다. 먼저 경험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수하는 것, 이것이 초대교회의 정신이자 제자도 정신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평신도 리더들이 구원의 확신을 갖고 철저히 훈련되고 기도하는 자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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