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 교회가 설 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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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 교회가 설 자리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5.25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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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릿지, ‘인공지능 시대와 크리스천의 사명’ 주제로 포럼
복음주의 입장 필터링한 크리스천 인공지능 ‘ANOKI’ 시연

소통의 혁명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세상에 선보인 ‘Chat GPT’는 기존에 알고 있던 AI와는 비교되지 않는 성능으로 세상을 놀랍게 했다. 사람들의 질문을 수월하게 알아들을 뿐 아니라 웬만한 전문지식도 술술 읊어댄다. 누적된 데이터를 조합한 형태의 창작도 가능해서 인간이 아닌 AI가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금단의 영역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척척박사’처럼 무엇이든 해내는 AI의 등장은 기독교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본문이나 주제를 제시하고 설교문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자 마치 목회자가 썼다고 해도 믿을만한 그럴듯한 설교를 뚝딱 만들어 내는가 하면 어려운 질문에도 막힘 없이 대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진리와 신앙의 문제에 있어 Chat GPT가 정확하지 못한 답을 했음에도 의심 없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 등 위험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바야흐로 도래한 인공지능의 시대는 기독교인에게 있어 축복일까 혹은 저주일까. 삶의 현장과 선교를 잇는 다리 역할을 꿈꾸는 엠브릿지(대표:이대행 선교사)는 지난 20일 세 번째 포럼을 열고 ‘인공지능 시대 크리스천의 사명’을 깊이 있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엠브릿지는 이날 Chat GPT 엔진에 기독교적 시각을 입혀 탄생시킨 크리스천 GPT ‘ANOKI’를 선보이고 목회 현장과 선교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엠브릿지가 지난 20일 ‘인공지능 시대와 크리스천의 사명’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엠브릿지가 지난 20일 ‘인공지능 시대와 크리스천의 사명’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Chat GPT 원리는 ‘확률 모델’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 역사는 생각보다 깊다. 숱한 SF 영화에서 그려왔듯 인류는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개발을 오랜 기간 꿈꿔왔다. 영국의 수학자 엘런 튜링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는지 연구를 시작했고 미국의 수학자 존 매카시 교수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1950년대 처음으로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탄생해 1960년대에는 논리 기반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1970년대에는 전문가 시스템, 1980년대에는 지식을 기반한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그 이후 한동안 인공지능의 발전은 답보 상태에 머물렀지만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하고 2000년대 이후 딥러닝 기술이 개발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날 주제강의 강사로 나선 유인철 부대표(셀러스, 전 고려대·한동대 겸임교수)는 “머신 러닝, 즉 기계 학습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게 고양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은 고양이’라고 알려주면 새로운 고양이 사진을 보여줄 때 고양이라고 답하게 되는 것”이라며 “딥러닝은 다층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으로 신경망이 데이터의 특징을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자연어 처리 등 분야에서 높은 성능을 보이고 매우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도 높은 정확돌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2022년 11월 선보인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약 80점 내외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불과 몇 개월 뒤인 올해 3월 출시된 GPT 4.0은 변호사 시험과 함께 회계사 시험, 의사 시험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뒀고, 이미지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까지 갖췄다.

GPT 4.0에게 실에 풍선이 묶여 있는 사진을 보여준 뒤 ‘실을 자르면 어떻게 될까’ 물으면 ‘풍선은 하늘로 날아간다’고 답한다. 단순히 사진을 보고 무엇이 풍선인지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서 상황과 인과관계까지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GPT 5.0은 같은 방식으로 동영상을 보고 분석해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Chat GPT는 어떻게 인간이 묻는 질문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걸까. 유인철 부대표는 Chat GPT를 ‘함수 확률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Chat GPT는 알고리즘으로 가장 높은 확률의 단어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만약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 아닌 일반 사람이라는 데이터가 많다면 Chat GPT는 그렇게 답할 것”이라며 “때문에 무엇을 학습시키느냐가 중요하다. 확률 모델이기 때문에 Chat GPT의 대답이 옳냐, 그르냐로 논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전했다.

윤리적인 문제도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Chat GPT 초기 모델은 마약을 어디서 구입할 수 있냐거나 고통 없이 자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우회에서 물어보면 대답해줬다. 지금은 강화학습을 거쳐 그런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도 충분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안고 있다.

한계도 분명하다. 유 부대표는 “Chat GPT는 때론 부정확하거나 무의미한 답변도 내놓는다. 질문을 잘 해야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고 간혹 답변이 장황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Chat GPT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하고 간결하게 질문하고 올바른 문법과 문장부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역할과 상황을 주고 답변 작성을 요구하면 보다 더 원하는 답변에 근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축적된 데이터의 양이 다르기에 한글보다는 영어로 질문하는 것이 풍성한 답변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Chat GPT가 먼저 등장해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인공지능의 전부는 아니다. 구글은 Bard AI, 메타는 LLAMA를 개발하고 있고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서도 자체 인공지능 개발 열기가 뜨겁다”면서 “인공지능은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Chat GPT의 일주일은 인간의 1년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이제는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거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기보다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설명했다.

 

‘부활은 역사적 사실인가’를 각각 Chat GPT와 ANOKI에 질문에 답변을 비교한 모습.
‘부활은 역사적 사실인가’를 각각 Chat GPT와 ANOKI에 질문에 답변을 비교한 모습.

크리스천 GPT ‘ANOKI’

이날 포럼의 백미는 유인철 부대표와 엠브릿지가 함께 개발한 크리스천 GPT, ‘ANOKI’의 시연이었다. ANOKI는 GPT의 엔진과 자료에 기독교적 시각에서 필터링을 거친 후 답변하도록 만든 인공지능이다. 성경 인물이나 기독교 교리에 대한 입장을 Chat GPT에 물으면 역사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믿음의 영역이라는 식으로 애매하게 답하지만, ANOKI는 성경을 바탕으로 복음주의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이를테면 ‘부활은 역사적 사실인가?’를 묻는 질문에 Chat GPT는 “부활은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신앙 교리 중 하나이지만 부활이 역사적으로 입증되었다는 것은 현대 역사학의 영역이 아니다. 예수의 부활은 기록된 역사적인 사건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를 믿음으로서 영적인 현실로 받아들인다. 부활의 역사적 사실 여부는 종교적인 믿음고 신앙의 영역에 속하며 개인의 신앙과 신념에 따라 해석된다”고 답한다.

하지만 ANOKI는 “기독교 신앙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역사적 사실임을 믿는다. 부활은 예수님의 삶과 사역, 그리고 그의 죽음과 십자가에서의 대속의 의미를 더욱 높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부활이 역사적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논쟁가 연구가 이뤄져 있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의 제자들이 증언한 것으로부터 시작됐으며 이 증언은 후로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오고 있고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있는 것은 역사적 사실로 확인돼 있다. 동시에 믿음을 통해 부활의 의미와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고 그 의미를 삶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다. 마치 신앙상담을 요청한 성도에게 목회자가 내놓은 답변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이다.

이밖에도 ‘한국인인 우리가 왜 이스라엘의 신을 믿는가’, ‘천국은 정말 있는가’, ‘종교는 결국 다 똑같은 것 아닌가’, ‘자살하면 지옥에 가는가’, ‘하나님은 왜 세상의 악에 대해 침묵하시는가’ 등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품어봤을 의문들에 성경적이면서도 어렵지 않은 답변으로 궁금증을 풀어준다.

ANOKI는 검수와 보완작업을 거쳐 올해 안에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필터값을 조정하면 각 교단의 교리와 입장에 맞춘 답변을 하도록 설정한 뒤 교단 홈페이지나 신학교 홈페이지에 보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엠브릿지 대표 이대행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ANOKI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안했다. 이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기독교를 낯설어하는 현지 주민들을 만나다 보면 다양한 질문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선교사가 모든 질문에 완벽한 대답을 주긴 힘들다. 많은 질문들의 수요를 선교사 한 명이 감당하기 벅찰 수도 있다. ANOKI는 교계와 세상에 대한 선교 및 목회를 돕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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