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존재는 ‘위대한 전제’… 증명할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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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존재는 ‘위대한 전제’… 증명할 대상이 아니다
  • 박찬호 교수(백석대)
  • 승인 2023.05.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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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 11) 하나님의 존재
박찬호 목사
박찬호 목사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한경직 목사님이 수상하여 잘 알려진 템플턴 상은 종교와 영성 분야에 탁월한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종교계의 노벨상이다. 인도 캘커타에서 빈민들을 위한 사역을 펼쳤던 테레사 수녀는 1973년 1회 템플턴 상을 수상하였고 197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한경직 목사님 다음으로 1993년에 템플턴 상을 받은 찰스 콜슨(Charles Colson, 1931~2012)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백악관 보좌관 출신으로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되어 실형을 살게 되었다. 그때 친구 한 명이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콜슨에게 C. 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를 넣어주었다. 이 책을 통해 콜슨은 처음으로 기독교 신앙에 대한 합리적인 논증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 콜슨은 기독교 신앙을 약자들이 믿는 신앙으로 치부하였고 감옥에 갇힌 처지에서 기독교 신앙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콜슨은 <순전한 기독교>에서 예수를 믿는데 있어서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었던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것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순전한 기독교>에서 C. S. 루이스가 전개하고 있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논증은 도덕론적 논증으로 알려져 있다. 그 내용은 사실 간단하다. 기나긴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도덕률(moral law)을 어기고 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률은 지금껏 존재하고 있다. 그것을 보면 그 배후에 신적인 존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도덕률을 보존한 것은 인류가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간단한 이 내용은 찰스 콜슨이 기독교 신앙으로 들어오는 커다란 걸림돌의 하나였던 하나님의 존재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기독교 신자가 된 콜슨은 이후 복음주의의 중요한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였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탬플턴상을 수상하게 되었던 것이다. 특별히 콜슨은 자신이 감옥에서 예수를 믿게 되었기에 교도소 선교회(Prison Fellowship)을 설립하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교도소 재소자, 전과자, 범죄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돌보는 일을 하였는데 그의 저서는 전 세계적으로 500만권이 팔렸는데 책의 인세 수입을 모두 이 교도소선교회에 기증하였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하나님의 존재는 논리적인 증명이나 입증이 필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성경이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하고 있지 않음을 보면 너무나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존재는 하나의 위대한 전제이지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무신론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반증할 수 있다면 기독교 신앙을 비롯한 유신론적 신앙은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는 80% 이상의 사람들이 모종의 신을 믿고 있다. 심지어는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의 저자로 호전적인 무신론자라고 할 수 있는 리처드 도킨스마저도 자신을 100% 확신에 찬 무신론자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하나님의 존재를 100% 확신할 수 있는가? 100% 확신에 찬 무신론자가 많지 않듯이 100% 확신에 찬 유신론자도 많지 않을 것이다. 확률 50%에서 조금이라도 하나님의 존재 쪽에 무게를 두면 유신론자가 되는 것이고 조금이라도 하나님의 부재 쪽에 무게를 두면 무신론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수치로 이것을 정확히 규정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무신론자들이나 우리 신자들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지적으로 정직한 태도일 것이다.

철학이나 신학에서 논의되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이성적인 논증에는 도덕론적 논증 이외에도 존재론적 논증과 우주론적 논증, 그리고 목적론적 논증 등이 있다. 이런 논증들은 이미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논증들은 마찬가지로 무신론자들을 결정적으로 굴복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논증들은 찰스 콜슨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증명들은 의심의 가능성을 넘어서 동의를 강요할 수 있을 정도로 하나님의 존재를 입증하지는 못하지만, 강한 개연성을 확보하도록 해석되어서, 많은 불신자들을 잠잠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벌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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