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환자들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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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 환자들의 아버지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5.2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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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하는 행복한 성지순례 ⑦소록도교회 김정복 목사(2)

소록도 기독교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잊혀진 이름이 있다. 소록도교회 김정복 목사. 생소한 그의 행적을 찾아 나섰다. 사실 소록도 중앙공원과 자혜의원을 둘러보려고 했으나 코로나19로 접근이 금지된 상황에서 김정복 목사의 행적을 찾아 나섰다. 김정복은 구한말인 1882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났다. 1907년 하와이 마우이섬 사탕수수 노동자로 살다 감리교회 세례를 받고 신앙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평양신학교에 입학한 뒤 1923년 제17회로 졸업을 했다. 일제강점기의 혹독한 시기를 지나 해방을 맞이하던 다음 해인 1946년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하는 초록도교회 초대 당회장이 되었다. 그는 일평생을 한센병 환자들의 아버지로서 온몸으로 헌신하며 살았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비극은 소록도를 그냥 지나쳐가지 않았다. 소록도에 들어온 북한군은 김정복 목사를 체포해 고문했다.

한센인들의 아버지인 김정복을 제거하지 않고는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제대로 선전, 선동할 수 없었다. 인천상륙작전이 있고 난 다음 다음날인 9월 30일 김정복 목사를 총살했다. 1978년 소록도 병원 측은 소록도 선착장에 순록탑을 세우고 김정복 목사와 병원을 지키다 순직한 11명의 이름을 새겼다. 

오랫동안 버려진 상태로 있던 김정복 목사의 묘지가 전남 고흥군 고흥읍 등암리에 2014년 정비되어 ‘샛별부활동산’으로 조성되었다. 소록도에서 다시 고흥으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한참을 달렸다. ‘샛별부활동산’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위치를 묻기 위해 근처에 있는 보건소에 들렀다. 쉬는 날 당직자가 몸소 자리에서 일어나 건너편 길가에 있는 묘역을 알려줬다. 주위를 빙빙 돌면서 헤메던 곳에서 김정복 목사의 기념비를 마주할 수 있었다. 

여기 작은 사슴의 섬에 한 목자 있었네. 우리를 떠나 바다를 건너 벼랑에 선 외로운 양들 그 영혼 싸매 주던 사랑의 손길이여. 전남 고흥읍 등암리 산208-1번지. 국도변에 쓸쓸히 김정복 목사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한국기독교의 현 위치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찹찹한 심정이었으나 방치하지 않고 현재의 모습으로 온전히 세워져 있는 것만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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