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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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30년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3.05.1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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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248)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 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두 교회 부교역자 생활을 하고 이제는 개척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40여명 모이는 미국 교회에서 청빙 제의도 있었습니다. 마침 소련 선교문이 열리는 시점이라 서울에 있는 어느 교회 담임목사님이 “한국에 십자가가 이렇게 많은데 이 목사가 뭐하러 십자가 하나를 더 꽂나? 우리 교회에서 지원할 테니 소련으로 가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 생각할 때 이 땅에서 성도들과 함께 뒹구는 게 제 목회 스타일엔 맞는다 싶어, 경기도 부천에서 상가 3층 39평을 얻어 뭣도 모르는 개척을 시작했습니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데, 아직 어리고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에게는 이 땅 어디에도 도움 받을 곳이 없었습니다. 대부분 할부로 장만한 성구들, 매달 나가야 하는 월세 등 매달 300만원 정도가 생활비 빼고 필요했지만, 한 달 겨우 나오는 헌금은 100만원 정도… 선배 목사님들이 개척하면 바로 절벽이야 했던 말들이 실감 나는 순간순간이었습니다.

‘아~! 이래서 개척 1년 만에 자립하지 못하면 교회 문을 닫게 되는구나’ 하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구요.
한국에서 개척교회 목사로 산다는 건 온 가족을 저당 잡고 시작하는 게 보통이라, 일단 자립을 해야 했습니다.
강단에 전기장판을 깔고 주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기도 시간에 혼자 무릎을 꿇어야 했구요. 눈을 뜨면 텅 빈 공간이 들어와 그저 눈을 감고 혼자 찬송을 해야 했습니다.
한번은 그날 월세 100만원을 내야 하는 날인데 돈이 없었습니다.
새벽기도 후 헌금함을 열었는데 누군가 그 달 월세만큼의 돈을 헌금하셨더라구요.
저는 그냥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만 외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냥 주님이 좋고, 목회가 재밌었습니다.

매달 감당해야 할 돈은 때가 되면 버거웠지만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주님은 감당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좋은 분들을 주님께서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교회 앞마당에 우리 교회가 걸어온 길을 사진으로 쭉 연결했던데 첫해 수련회에 함께 했던 박삼순, 심명자, 강은숙 권사님이, 장동묘 김향숙 집사 부부가 30년 전 모습으로 보였고, 지금도 우리 교회와 함께하고 계시구요.

그때 꼬마였던 녀석들이 지금은 어엿이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들도 보입니다.

지난 30년 하나님의 은혜와 용납하심, 성도들의 사랑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별다른 큰 스펙도 없고, 사실 성격도 그렇게 무난한 성격은 아닌 걸 저는 알고 있습니다.

덤벙대고 실수 잘하고, 성격 급하고, 목회자로서 갖춰야 할 여러 덕목이 많이 부족한 것도 알고 있구요. 그럼에도 이런 저를 주님이 30년 동안 사용해 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라고 고백할 수 없도록 말입니다.

“주님~! 참! 고맙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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