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이신칭의는 타협할 수 없는 중요한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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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이신칭의는 타협할 수 없는 중요한 교리
  • 박찬호 교수
  • 승인 2023.05.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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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 (10) 교리라고 다 같은 교리인가?
박찬호 목사
박찬호 교수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성신회”(聖信會)라고 하는 것이 조직되어 있어서 함께 정기적으로 모여서 예배도 드리고 나름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해인가 신년에 예배에 와서 설교를 해 달라고 해서 참석하여 말씀을 전했다. 토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예배를 마치고는 학교 근처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교제를 이어갔다. 대부분 나보다 10살에서 20살은 더 많은 대선배님들이었고 거기가 다 장로님들과 목사님들이셨다. 그런데 나와 테이블을 함께 하게 된 장로님이 대뜸 내게 물으셨다. 전천년과 무천년 그리고 후천년 이런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무엇을 누구에게 듣고 하는 소리인지 알지 못하기에 속으로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또 다른 장로님이 합세하여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냐”라고 내가 원하는 대답을 내놓았고 나도 그 장로님을 편들면서 천년왕국에 대한 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답하였던 기억이 있다.

예정론은 장로교에서 중요하게 신종(信從)하는 교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정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통 교단들도 있다. 예정론은 모든 기독교회가 공통적으로 받아들이는 교리는 아닌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천년왕국에 대한 교리보다는 중요하지만 삼위일체론이나 그리스도의 신인양성교리나 이신칭의와 같은 교리보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감리교에서 받아들이는 웨슬리의 완전성화에 대한 교리도 장로교의 예정론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조직신학 책들의 앞머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 중 하나는 교리를 주된 교리(major doctrine)와 사소한 교리(minor doctrine)로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어떤 교리를 주된 교리에 분류하고 어떤 교리를 사소한 교리에 분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여기에 주된 교리와 사소한 교리 사이의 경계에 위치하는 교리들도 있을 수 있다. 말하자면 위에서 말한 예정론이나 완전성화교리가 그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학으로의 초대>(Who Needs Theology?)라는 책은 164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매우 유익하고 알차다고 할 수 있다. 주일학교에서 교사들과 스터디하면 좋을 책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교리를 도그마(dogma), 교리(doctrine), 의견(opinion) 세 가지로 분류한다. 넓은 의미의 교리에 이렇듯 중요성의 정도에 따라 세 개의 범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교리가 복음의 본질적인 것일 때 그것은 도그마에 해당한다. 도그마를 부정하면 그 결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거절하는 배교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교리이기 때문에 교리 중의 교리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삼위일체론이나 그리스도의 신인양성 교리나 이신칭의 정도가 여기에 속한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도그마 다음으로 중요한 교리는 좁은 의미의 교리에 해당한다. 특정한 전통이나 교단이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기준으로 요구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믿음의 내용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컨대 장로교의 예정론이나 감리회의 완전성화 교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교리 가운데 가장 사소한 교리에 해당하는 것은 의견이다. 의견에 속하는 교리는 교단 안에서도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교리인데 특정한 교단이 개인적인 해석의 문제로 맡겨 놓고 관용하는 신념들이다. 예정론 안에서 전택설과 후택설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개혁신학 안에서 다수의 입장은 후택설이지만 그렇다고 전택설의 입장을 정죄하지는 않는다. 전천년설이나 후천년설 그리고 무천년설과 같은 천년왕국에 대한 교리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백석학원이나 백석총회의 천년왕국과 관련한 신학적 입장은 무천년설이지만 개혁신학을 받아들이는 다른 교단 가운데는 전천년설을 교단의 신학적 입장으로 받아들이는 교단도 있다. 모든 장로교회가 예정론을 신종한다는 면에서 천년왕국에 대한 견해는 교리에 속하는 예정론보다는 중요성이 떨어지는 의견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교리면 다 같은 교리이지 왜 교리 중에 어떤 교리는 중요하고 또 어떤 교리는 덜 중요하다고 일종의 등급을 매기는 것이 필요할까? 그 이유는 이렇게 교리를 분류하는 일을 할 때 쓸데 없는 다툼과 분열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교단의 교리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모든 기독교회가 공통적으로 받아들이는 도그마의 위치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사소한 의견에 해당하는 교리를 가지고 싸워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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