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하나님의 아픔을 전하는 예언자, ‘몸이 묶이는’ 고통 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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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하나님의 아픔을 전하는 예언자, ‘몸이 묶이는’ 고통 감내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5.1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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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71호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84) - “너는 또 왼쪽으로 누워 이스라엘 족속의 죄악을 짊어지되” (겔 4:4)

들으려고도 않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스라엘을 깨우치기 위해 에스겔은 일련의 ‘상징 행위’들을 수행합니다. 그 시작은 도형과 모형 만들기였습니다. “너 인자야 토판을 가져다가 그것을 네 앞에 놓고 한 성읍 곧 예루살렘을 그 위에 그리고 그 성읍을 에워싸되 그것을 향하여 사다리를 세우고 그것을 향하여 흙으로 언덕을 쌓고 그것을 향하여 진을 치고 그것을 향하여 공성퇴를 둘러 세우고 또 철판을 가져다가 너와 성읍 사이에 두어 철벽을 삼고 성을 포위하는 것처럼 에워싸라 이것이 이스라엘 족속에게 징조가 되리라”(4:1~3) 그림과 축소모델을 동원해, 바벨론에 의해 철저히 파괴될 유다 왕국의 처지를 표현하라는 지시입니다. 그것을 보고 “오, 에스겔이 설치미술도 하네?”라고 말하는 사람은 깨닫는 마음이 없는 것이고, 다가올 심판을 두려워하며 자신과 동족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일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예언자 다수가 말로 선포하는 예언에 덧대어 상징 행위를 통한 예언을 전했지만, 에스겔의 상징 행위들은 사뭇 충격적입니다. 예루살렘 공성 장면 예시에 이은 ‘한편으로만 누워 잠자기와 ‘쇠똥으로 빵 구워 먹기’가 그렇습니다(4~15절). 에스겔은 잠잘 때 몸을 묶인 채 390일 동안은 왼편으로만, 40일은 오른편으로만 자야 했습니다. 보통 사람은 하룻밤 자면서 수십 번 좌우로 몸을 뒤척인다고 합니다. 일 년을 넘게 한 방향으로만 잤다면 대단히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하나님 백성의 불순종과 악행으로 하나님의 마음이 당하는 고통을, 하나님 사랑을 입고도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인간을 향해 ‘몸이 묶인 것처럼’ 어찌하지 못하는 심정을 그렇게 표현하신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갈 생필품의 보급도 제한하여 에스겔은 스스로 곡식을 갈아 빵을 구워야 했고, 그나마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는 빵을 구울 연료도 처음에는 인분만 허락받았다가 그것만은 면해달라고 하나님께 간청하여 쇠똥을 허락받기까지 했습니다(12~15절). 이 모든 행동은 물론 바벨론 왕국이 예루살렘을 다시 포위해 함락시키고 유다 주민들을 대규모로 이송시키는 상황을 예고하는 것이었습니다. 농성이 시작되면 식량과 식수의 배급이 제한되고, 화목이 떨어지면 가축의 분뇨에 짚을 섞어 말린 것을 연료로 음식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에스겔은 자신의 몸 전체를 ‘실물자료’로 사용해 바벨론으로 끌려가게 될 세대를 향한 마지막 경고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예언자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선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기에 하나님의 아픔도 몸소 느껴야 했고, 하나님 앞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해 그들이 겪을 고통도 몸으로 예시해 주어야 했던 것입니다. 마음이 굳고 이마가 굳어 돌덩이같이 된 백성들을 상대하기 위해 다이아몬드처럼 강해져야 했던 예언자는(3:7~8), 이제 하나님의 아픔을 그들에게 알리기 위해 자신의 온몸이 쑤시고 창자가 들러붙는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선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에스겔이 겪은 것이 하나님이시며 사람이신 중보자(딤전 2:5) 예수 그리스도의 아픔에야 비길 수 있겠습니까만… “얼마나 아프실까 하나님의 마음은 / 인간들을 위하여 아들을 제물로 삼으실 때 / 얼마나 아프실까 주님의 몸과 마음 / 사람들을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제물되실 때 / 얼마나 아프실까 하나님의 가슴은 / 독생자 주셨건만 인간들 부족하다고 원망할 때 / 얼마나 아프실까 주님의 심령은 / 자신을 주셨건만 사람들 부인하여 욕할 때” (“얼마나 아프실까,” 송명희 시)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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