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미우라 아야꼬와 이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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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미우라 아야꼬와 이지선
  • 김동건 대표(GP한국선교회)
  • 승인 2023.05.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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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건 선교사 / GP한국선교회 대표
김동건 선교사 / GP한국선교회 대표

이지선 교수가 지난 3월부터 모교 이화여대에서 가르치게 되었다. 20대 초반이었던 2000년 그녀는 교통사고로 큰 화상을 입고, 20년 동안 40번의 수술을 받았다. 사고를 극복하고 꿈을 찾아가는 자전 에세이 <지선아 사랑해>가 2003년 출간되었는데 지금까지 40만권이나 판매되었다. 최근에는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출간해, 인생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깜깜해지는 동굴이 아니라 언젠가 환한 빛이 기다리고 있는 터널임을 고백하고 있다. 그녀는 이제 21세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난 극복,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지선을 생각하면, 나는 늘 일본의 기독교 여류작가 미우라 아야꼬(1922~1999)가 떠오른다. 그녀는 2차 대전 패전으로 군국주의의 허상에 절망하고 죄책감에 교직을 그만둔다(1946). 곧이어 당시 죽음의 병인 결핵과 결핵성 척추염에 걸려 13년간 투병 생활을 한다. 도중에 크리스천이었던 마에카와 다다시의 진실한 사랑에 이끌려 신앙을 갖고 되고, 1964년 소설 <빙점>으로 데뷔한 후 평생 기독교 전도 문학 작품을 썼다. 그녀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번역되고 소개된 일본 작가로 146개 작품이 306회나 번역되었다. 그녀는 “질병으로 인해 제가 잃은 것은 건강뿐이었습니다. 저는 건강 대신 ‘예수님’과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오늘 출근길에 아내가 물었다. “당신은 왜 살아?”
나는 “아침에 눈을 뜨니 아직 이 세상이더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라고 답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한 것이지만, 선교사를 파송하는 단체의 대표가 과연 할 말인가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이지선은 <꽤 괜찮은 해피엔딩>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살아남았다. 그래서 슬펐던 날도 있었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았던 날도 있었다. 인생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깜깜해지는 동굴같이 막막하게만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여기가 끝이다’ 더는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차라리 다 끝나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들려온 “여기가 끝이 아니야”라는 작은 소리, 그리고 나 자신을 부정하고 싶던 시간에도 내 곁을 지켜준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깜깜한 동굴에서 멈추어 서지 않고 매일 하루만큼씩 걸어 나와 이제 “인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 이라고 말하며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인생이 늘 기대했던 대로 흐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감사한 일은 많았고,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찾아온 좋은 일도 있었으며, 소소하지만 즐거운 일도 많아서 ‘살아남길 잘 했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동굴 같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당신에게도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우리 같이 힘내자’고 응원하며 살아가고 싶다.- 


미우라 아야꼬와 이지선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사는 것의 어려움과 훌륭함’을 보여주었다. ‘절망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이 세상에 빛을 가져옴을 삶으로 증명했다. 그런 점에서 인생은 동굴을 터널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는…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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